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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을 점령하라” 홍콩 민주화 시위 확산

입력 | 2014-09-29 03:00:00

행정장관 선출방식 中과 갈등
대학생들 정부청사 진입시도 이어 시민단체 “불복종운동 시작” 선언
경찰, 불법시위 규정… 강제 해산




홍콩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중국 정부가 발표한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출 방식에 불만을 품고 거리 시위에 나섰다. 경찰은 이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까지 사용하는 등 강경 대응하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는 28일 항의의 뜻으로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을 점거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센트럴을 점령하라’의 공동 설립자인 베니 타이 이우팅(戴耀廷) 홍콩대 법대 부교수는 이날 오전 1시 45분 홍콩 정부청사와 입법회 주변 타마르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금부터 센트럴 점령을 시작한다.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학생과 시민들에 의한 ‘시민 불복종’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시위 참가자들은 오전 5시 반경부터 입법회 주변의 팀 메이 및 렁 우이가의 일부를 점령한 데 이어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는 정부청사로 몰려갔다. 점령 목적지가 센트럴에서 다른 곳으로 바뀌면서 점령 시위의 명칭도 ‘연회(banquet)’로 변경됐다. 경찰은 대규모 시위대가 정부청사 주변에 집결하자 이날 저녁 최루탄을 발사해 강제 해산에 나섰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악의 사태를 불러온 ‘행정장관 직선안 반대 파동’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가 지난달 31일 행정장관 후보자를 후보추천위원회 1200명의 절반 이상 지지를 얻은 후보 2, 3명으로 제한한 데서 비롯됐다. 민주세력은 이런 구도에서는 친중국 인사만이 후보로 나설 수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차기 행정장관)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주민에게 불법 시위 현장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렁 장관은 자신과 홍콩 정부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다면서 추가 협의를 갖겠다고 약속했다.

‘센트럴을 점령하라’ 측은 당초 10월 1일 행동을 개시하기로 했으나 날짜를 앞당겼다. 이는 대학생들이 25일부터 밤샘 시위에 들어간 데 이어 26, 27일 경찰이 진압에 나서면서 사태가 급진전됐기 때문. 26일 주최 측 추산 6만 명가량의 시민이 시위에 참가하는 등 열기가 높아진 것도 더이상 ‘거사’ 시기를 늦출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학생들이 26일 밤 정부청사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최루액 스프레이를 뿌리며 해산에 나섰다.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34명이 부상했고 28일까지 78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학생 중 중고교 학생운동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를 이끄는 학생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17)과 대학학생회 연합체 HKFS(學聯)의 알렉스 차우(周永康) 비서장, 레스터 셤(岑敖暉) 부비서장 등 3명도 포함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