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훈·사회부
문제는 백마강(금강의 부여읍 구간)의 유람선 업체가 올해 2월 강변에 있는 이들 유적의 바위에 음각으로 새져진 한자 글씨(落花巖, 釣龍臺, 自溫臺)에 붉은색 페인트를 덧칠하면서 시작됐다. 이 업체는 자신들의 행위가 문제가 되자 부여군에 “유람선 관광객이 유적을 알아보기 쉽도록 덧칠을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채색이 선혈(鮮血)같이 너무 붉은 색으로 이뤄져 섬뜩함마저 주는 데다 일부 글씨의 덧칠은 수채물감이 번지듯 음각 부분을 벗어나 너저분한 느낌을 준다는 게 대다수 관광객의 반응이었다. 페인트를 덧칠하면서 유적의 손상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화재청 측은 “채색 재료를 분석한 결과 유성 페인트로 밝혀졌다. 일단 이를 제거한 뒤 천연도료를 다시 칠할지 음각 상태로 그대로 둘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음각 글씨는 처음부터 붉은색으로 칠해졌을 가능성이 있어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진 않을 수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들 유적의 글씨는 조선조 유학자 송시열의 글씨를 서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유적의 사례를 볼 때 당시 ‘주(朱)’라는 도료와 칠 재료를 혼합해 칠하는(주칠) 도장법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백마강 르네상스’를 군정 슬로건으로 내걸어 왔고 현장 확인행정을 위해 군수 전용차량을 승용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바꿨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번 일이 이 군수의 부실한 문화재 행정의 현주소가 아니길 바란다.
지명훈·사회부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