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외제 차량을 이용해 고의로 추돌사고를 낸 뒤 수억 원 대의 보험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 동부·북부간선도로 등에서 벤츠, BMW, 인피니티 등 외제 대포차량 20대를 활용해 총 25차례 고의 사고를 낸 뒤 수리비 등의 명목으로 보험사 9곳에서 보험금 6억 원을 타낸 혐의(사기)로 송모 씨(25)를 구속하고 김모 씨(26) 등 7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송 씨는 고가의 외제차량과 추돌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상대 보험회사 측에서 주로 차량수리 대신 예상 수리비를 현금으로 제공하려 한다는 점을 악용해 이 같은 범행을 계획했다. 저렴한 가격에 외제차를 구할 수 있는데다 신분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포차량을 활용했다.
특정 인물이 반복해서 사고를 낼 경우 보험회사가 의심할 것을 우려해 송 씨는 호스트바, PC방 등에서 운전 70만 원, 차량 동승 30만 원의 일당을 주는 대가로 20~30대 무직자, 유흥업 종사자, 대학생 등을 공범으로 끌어 모았다. 일당은 차량 두 대를 활용해 약속 신호에 따라 한 대가 급하게 차선을 바꾸면 나머지 차량이 급정거해 뒤에서 오던 차량과 충돌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유발했다. 수리 견적을 높이기 위해 추돌 시 의도적으로 운전대를 돌려 차량 측면까지 파손시켰다.
이 같은 수법으로 벌어들인 6억 원은 대부분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고로 인상된 피해자들의 보험금을 되돌려 놓고 송 씨 등에게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하도록 보험사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