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감소폭도 32% 불과… 2020년 목표치 달성에 비상등 일각 “유럽과 시장환경 다르다”
국내 수입차 1위 BMW코리아는 2009∼2012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연평균 12.7% 줄였고 연비는 17.4% 개선했다. BMW의 주행거리 km당 CO₂ 배출량은 131.9g으로 줄었고, 연비는 L당 19.4km로 향상됐다.
반면 국산차 1위 현대자동차는 연평균 4.1%만 감축해 CO₂ 배출량이 km당 141.8g이다. 연비는 4.9% 개선하는 데 그쳐 L당 16.9km 수준이다. 기아차나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다른 국산차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 현대·기아차 한국GM, CO₂ 감축량 평균 이하
29일 동아일보가 환경부로부터 입수한 2009∼2012년 국내 14개 자동차 업체의 CO₂ 배출량 및 연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CO₂ 저감 및 연비 향상 노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체들은 4년간 연평균 4.3%씩 CO₂ 배출량을 줄였다. 1위 BMW코리아에 이어 한국토요타자동차(10.8%),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8.4%), 한국닛산(8.1%) 순으로 많이 줄였다. 반면 현대차는 연평균 4.1%, 기아자동차는 3.4%, 한국GM은 3.4%, 크라이슬러코리아는 3.2%를 감축하는 데 그쳤다.
또 14개 자동차 업체가 4년간 연비를 연평균 5.1% 개선한 가운데 현대차(4.9%)와 기아차(3.9%), 한국GM(3.5%),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4.7%), 크라이슬러코리아(4.5%) 등 5곳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국산차 업체들은 수익성 좋은 중대형차에 집중해 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승용차 판매량 중 배기량 1600cc 이상 중대형차 비중은 63.1%에 이른다. 반면 독일 업체들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소형차를 선보이면서 평균 연비가 올라갔다. 게다가 유럽서 주로 쓰는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연비가 좋다.
기술 격차도 원인으로 꼽힌다. 도요타는 ‘프리우스’, 닛산은 ‘리프’로 각각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세계 1위다. BMW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메르세데스벤츠는 ‘블루텍’ 등 CO₂ 배출량을 줄인 엔진을 내놨다.
자동차업계는 내연기관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평균 CO₂ 배출량을 110∼115g으로 본다. 정부 목표치를 맞추려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CO₂를 배출하지 않는 ‘제로 에미션 차’를 팔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715대에 그치는 등 부진한 형편이다.
한 국내 자동차 업체 연비 담당자는 “유럽은 소형차가 많고 자동변속기보다 연비가 약 10% 좋은 수동변속기 차량도 상당수”라며 “시장 특성을 무시하고 유럽(2021년 95g)과 비슷한 기준을 목표로 내놔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