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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연비 4년간 17% 올릴때, 현대車는 고작 4.9% 개선 그쳐

입력 | 2014-09-30 03:00:00

온실가스 배출감소폭도 32% 불과… 2020년 목표치 달성에 비상등
일각 “유럽과 시장환경 다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화두는 친환경과 연료소비효율(연비) 향상이다.

국내 수입차 1위 BMW코리아는 2009∼2012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연평균 12.7% 줄였고 연비는 17.4% 개선했다. BMW의 주행거리 km당 CO₂ 배출량은 131.9g으로 줄었고, 연비는 L당 19.4km로 향상됐다.

반면 국산차 1위 현대자동차는 연평균 4.1%만 감축해 CO₂ 배출량이 km당 141.8g이다. 연비는 4.9% 개선하는 데 그쳐 L당 16.9km 수준이다. 기아차나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다른 국산차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2020년 CO₂ 감축량 목표를 km당 97g, 연비 목표를 L당 24.3km로 발표했다. 수입차 업계에 비해 국산차 업계에 훨씬 어려운 과제가 던져졌다.

○ 현대·기아차 한국GM, CO₂ 감축량 평균 이하


29일 동아일보가 환경부로부터 입수한 2009∼2012년 국내 14개 자동차 업체의 CO₂ 배출량 및 연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CO₂ 저감 및 연비 향상 노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체들은 4년간 연평균 4.3%씩 CO₂ 배출량을 줄였다. 1위 BMW코리아에 이어 한국토요타자동차(10.8%),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8.4%), 한국닛산(8.1%) 순으로 많이 줄였다. 반면 현대차는 연평균 4.1%, 기아자동차는 3.4%, 한국GM은 3.4%, 크라이슬러코리아는 3.2%를 감축하는 데 그쳤다.

또 14개 자동차 업체가 4년간 연비를 연평균 5.1% 개선한 가운데 현대차(4.9%)와 기아차(3.9%), 한국GM(3.5%),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4.7%), 크라이슬러코리아(4.5%) 등 5곳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 “규제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과 R&D 지원도 필요”

국산차 업체들은 수익성 좋은 중대형차에 집중해 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승용차 판매량 중 배기량 1600cc 이상 중대형차 비중은 63.1%에 이른다. 반면 독일 업체들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소형차를 선보이면서 평균 연비가 올라갔다. 게다가 유럽서 주로 쓰는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연비가 좋다.

기술 격차도 원인으로 꼽힌다. 도요타는 ‘프리우스’, 닛산은 ‘리프’로 각각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세계 1위다. BMW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메르세데스벤츠는 ‘블루텍’ 등 CO₂ 배출량을 줄인 엔진을 내놨다.

자동차업계는 내연기관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평균 CO₂ 배출량을 110∼115g으로 본다. 정부 목표치를 맞추려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CO₂를 배출하지 않는 ‘제로 에미션 차’를 팔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715대에 그치는 등 부진한 형편이다.

한 국내 자동차 업체 연비 담당자는 “유럽은 소형차가 많고 자동변속기보다 연비가 약 10% 좋은 수동변속기 차량도 상당수”라며 “시장 특성을 무시하고 유럽(2021년 95g)과 비슷한 기준을 목표로 내놔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민경덕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그간 환경 규제가 자동차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오긴 했지만 정부는 앞으로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묶은 패키지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