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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의장도 사퇴를” vs“의회협박 의도”

입력 | 2014-09-30 03:00:00

창원시-의회 ‘날계란 투척’ 대립 격화
市 “재발방지책 없으면 본회의 불참”
의회 “관계자 출석 않을땐 법적 조치”
시민단체 “양측 대화-타협 나서야”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후유증 아니겠습니까.”

경남 창원시의회 김성일 의원이 16일 본회의장의 안상수 창원시장 면전에서 날계란 2개를 던진 사건의 파문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의 행위는 NC다이노스의 홈구장을 진해에서 마산으로 옮겨 짓기로 한 창원시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다. 김 의원 지역구는 진해다. 안 시장의 고향은 마산이다. 안 시장의 강경 대응에 의회 업무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 强 대 强 , 끝이 안 보인다

안 시장은 25일 외국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회 폭력, 그 비호세력과 단호히 싸우겠다”고 밝혔다. 폭력테러는 김 의원에 대한 언급이지만 ‘비호세력’은 진해지역 정치권을 겨냥한 것이다. 안 시장은 “날계란 투척 당시의 충격으로 몸에 멍이 남아 있고 병원에서 2주 진단서도 끊었다”며 “눈에 맞았다면 실명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 항의를 넘어 위해(危害) 의도가 강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안 시장과 창원시는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 유원석 의장의 의장직 사퇴 등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시의회 본회의에 집행부 관계자들의 출석이 불투명하다.

시의회도 강경 방침으로 돌아섰다. 유 의장은 “안 시장을 만나 사과와 중재를 통해 사태를 풀어가려 했지만 면담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장과 상임위원장단은 29일 안 시장과 시의 처사를 맹비난했다. 이들은 “김 의원은 시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돼 있으므로 결과를 지켜보면 된다”며 “의장직 사퇴 요구는 대의기구의 대표에 대한 월권이자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달 시정질문을 위한 본회의에 집행부 관계자들이 출석하지 않으면 관련 규정에 따라 법적인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새누리당과 경찰도 강수를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경남도당(위원장 조해진 의원)은 25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김 의원에 대해 “당의 명예를 훼손하고 당 발전에 유해한 행위로 판단된다”며 탈당 권유 처분을 내렸다. 김 의원이 10일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하지 않거나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된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혐의로 김 의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30일 창원지법에서 진행된다.

○ “지역 통합 갈등, 야구장 문제 계기 표면화”

야구장 위치 변경에 항의하며 천막농성을 벌였던 진해 출신 김헌일 시의원은 “진해지역 여론을 배제한 야구장 위치 변경, 그 과정에서 의회 무시가 이번 문제의 본질”이라며 “김성일 의원의 항의 방식에 동의하진 않지만 진해 주민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시장의 진단서 제출과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등은 상식을 넘어서는 일로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장과 관련해서는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컸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정치인이 계란 맞았다고 2주짜리 진단서 내고, 검경은 영장까지 청구했다”는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 반면 창원지역에는 김성일 의원의 ‘폭력’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창원 마산 진해의 통합을 밀어붙이면서 내재됐던 갈등과 불만이 야구장 문제를 통해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라며 “더 심한 지역 분열을 막으려면 창원시와 시의회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안 시장이 ‘큰 정치인’의 면모와 역량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시민도 많다”고 전했다. 안 시장은 29일 ‘김성일 의원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결정해 달라’며 법원에 청원서를 냈다. 그러나 “용서와 고발 취하는 어렵다”는 생각을 거듭 밝혔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