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
황규인·스포츠부
“아니, 다른 선수들과 20kg도 넘게 차이 나게 이기는 게 말이 돼요? 장미란(31·은퇴)이 올림픽에 나가는 건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에요.” 역시 이런 말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야구 대표팀을 두고는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야구 대표팀은 인천 아시아경기에 오로지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나온 선수들일 뿐이고, 초등학생 싸움에 낀 대학생이었다. 왜 유독 우리는 야구팀만 이리 가혹하게 대할까.
야구 대표 선발 과정에 잡음이 있었던 건 맞다. 그러나 야구 금메달을 문제 삼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다른 종목 대표 선발 과정은 얼마나 잘 알고 있냐고 말이다.
김현수(26·두산)는 결승전이 끝난 뒤 “모든 게임에서 대승을 거두지 못하면 비판 받을까 두려워 모든 선수가 모든 경기에서 정말 죽을힘을 다했다”고 했다. 태국 야구 대표팀의 다루 조지프 매슈(22)는 한국에 0-15로 5회 콜드게임 패한 뒤 “최선을 다해 준 한국에 감사한다. 태국 야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 최선을 다하는 상대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게 예의를 갖추는 일이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며 최선을 다했다고, 예의를 갖췄다고 누군가를 비판하는 건 옳은 일일까.
‘신성한’ 병역 의무는 누구나 똑같이 져야 한다고 믿고 싶다면 야구 대표팀이 아니라 예술·체육요원 제도 손질을 미루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따지는 게 맞다. 야구 대표팀 하나 때문에 이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야구 대표팀만 문제 삼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황규인·스포츠부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