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세력 초기대응 실패 인정… 美 정치권 지상군 투입론 다시 고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결국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초동 대처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등 비판 세력은 그동안 미 정부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지 않아 IS의 세력화에 빌미를 줬다고 계속 공격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CBS ‘60분’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보당국이 시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을 과소평가했다. 시리아 내전의 혼란 속에 온 나라가 무정부 상태에 들어가면서 IS가 이 기회를 활용해 조직을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락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시리아 동부지역이 이라크에서 쫓겨난 알카에다 세력과 IS 수중에 들어가면서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그라운드 제로’(본거지)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 정부가 이라크 북부를 장악한 IS와 싸우는 이라크 정부군의 능력과 의지를 과대평가했다. 이것은 정말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현재 전략으로는 IS 네트워크 파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지상군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너 의장은 “IS를 완전히 격퇴하려면 공습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어떤 시점이 되면 누군가(어떤 국가)의 지상군은 필요하다.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그런(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CNN은 이날 “마크 허틀링 예비역 육군 중장 등 워싱턴의 군사 전문가를 중심으로 지상군 투입론이 다시 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CBS 인터뷰에서 “이라크나 시리아에 미국 지상군이 들어갈 일은 전혀 없다”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편 미군 주도의 공습 범위가 터키 국경 인근까지 확산되면서 그동안 경쟁 관계였던 IS와 시리아 최대 알카에다 연계단체인 ‘알누스라 전선’의 연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6일 하루에만 73명의 알누스라 전선 조직원이 IS에 가담했으며 며칠 내 수십 명이 추가 합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IS와 알누스라 전선은 미군 주도 공습에 대비하기 위한 공동 작전회의도 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