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2년 시작한 전통시장 지원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전국 1084개 시장에 3조3400억 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했으나 곳곳에서 지원금이 낭비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이 6억8000만 원을 지원받아 만든 고객센터는 이용자들이 거의 없어 노숙인들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화장실을 짓는다며 1억3000만 원을 받아갔으나 실제 지어놓은 화장실은 절반의 예산만 갖고도 충분히 지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차장 건설비로 73억 원을 지원받고는 그 돈으로 멋대로 공원을 만든 사례도 있다.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하면 정부가 현장 실사(實査)를 한 뒤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지자체들은 상인들의 표를 의식해 일단 지원금부터 따내자는 식으로 접근한 뒤 예산 낭비는 못 본 척한다. 중앙정부도 제대로 지원금을 사용하는지 점검하는 일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에 비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통시장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은 전통시장에 대한 물량 지원과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일색이었다. 전통시장들은 신청만 하면 큰돈을 지원해 주니 “먼저 타내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다. 대형마트에 대해서는 강제 휴점 등의 조치로 시민 불편만 초래하고 일자리 감소와 농산물 판로 축소 같은 부작용을 불렀다. 외국처럼 오래된 시장을 관광 명소나 특색 있는 시장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