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번 대회는 초반부터 부실 운영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는 언론이 호들갑을 떤 경우도 많다. 성화가 10여 분 꺼진 것을 놓고 “나라 망신을 당했다”고 하고, 경기 도중 정전이 된 것을 두고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다. 화장실에 소변이 샌다고 “시골 운동회만도 못하다”고 보도한 것은 기자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다른 국제대회를 안 가봤기에 이런 표현을 했으리라.
이 정도는 어느 국제대회든 나왔던 문제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개회식 때 기자가 탄 셔틀버스는 길을 잃고 헤매다 결국 출발 장소로 돌아왔다. 세계 최대의 돔경기장이라고 자랑했던 ‘어스파이어’는 이틀간 내린 비에 구멍이 뚫리고 불이 꺼졌다.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들의 교육이 제대로 안 됐다는 기사가 쏟아졌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기자가 본 자원봉사자들의 주업무는 ‘도시락 먹기’와 ‘잡담’이었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올 소치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오륜 눈꽃송이 가운데 하나가 펴지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4년 전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는 5개 성화대 가운데 하나가 작동하지 않았다. 경기도 없는 날 성화 잠깐 꺼뜨린 것은 사고 축에도 못 낀다.
조직위는 이번 대회의 경제효과가 18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예측만 있지 결과가 없는 수치는 공허할 뿐이다. 인천시민들도 대회보다는 차량 2부제가 언제 끝나는지에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도시를 알리고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일부 정치인과 땅주인, 개발업자들은 쾌재를 불렀겠지만 생업이 중요한 보통 시민들에게 아시아경기가 뭐 그리 큰 의미가 있을까. 아무쪼록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작은 보람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남은 대회가 매끄럽게 치러지면 좋겠다. 잔치가 끝난 뒤 해결해야 할 빚더미에 대한 고민은 잠시 덮어둔 채….―인천에서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