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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승건]문제는 운영 미숙이 아니야

입력 | 2014-09-30 03:00:00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너무 심했다. ‘47억 아시아인의 축제’가 ‘동네 운동회’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표현한 것은. 이렇게 큰 동네가, 이렇게 돈 많이 들인 운동회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의장도 ‘진행에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이런 대회를 동네 운동회에 비교하는 것은 굉장히 큰 실례”라고 항변했다. 맞는 말이다.

이번 대회는 초반부터 부실 운영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는 언론이 호들갑을 떤 경우도 많다. 성화가 10여 분 꺼진 것을 놓고 “나라 망신을 당했다”고 하고, 경기 도중 정전이 된 것을 두고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다. 화장실에 소변이 샌다고 “시골 운동회만도 못하다”고 보도한 것은 기자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다른 국제대회를 안 가봤기에 이런 표현을 했으리라.

이 정도는 어느 국제대회든 나왔던 문제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개회식 때 기자가 탄 셔틀버스는 길을 잃고 헤매다 결국 출발 장소로 돌아왔다. 세계 최대의 돔경기장이라고 자랑했던 ‘어스파이어’는 이틀간 내린 비에 구멍이 뚫리고 불이 꺼졌다.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들의 교육이 제대로 안 됐다는 기사가 쏟아졌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기자가 본 자원봉사자들의 주업무는 ‘도시락 먹기’와 ‘잡담’이었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올 소치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오륜 눈꽃송이 가운데 하나가 펴지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4년 전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는 5개 성화대 가운데 하나가 작동하지 않았다. 경기도 없는 날 성화 잠깐 꺼뜨린 것은 사고 축에도 못 낀다.

운영 미숙은 아쉽지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28일 육상경기가 열린 아시아드주경기장. 6만 석 규모의 관중석은 절반도 넘게 비어 있다. 문학경기장을 활용하라는 정부 권유를 무시하고 5000억 원 가까이 들여 만든 곳이다. 폐회식을 빼곤 내내 그럴 것이다. 대회가 끝난 뒤 상업시설로 쓰겠다고 하지만 그것도 걱정이다. 접근성이 워낙 좋지 않아서다. 이번 대회는 유치하고, 준비하고, 개회식을 맞은 시장이 모두 다르다. 소속 정당도 달라졌으니 담당 공무원도 계속 바뀌었을 것이다. 책임질 사람이 명확하지 않으니 운영은 미숙할 수밖에 없다.

조직위는 이번 대회의 경제효과가 18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예측만 있지 결과가 없는 수치는 공허할 뿐이다. 인천시민들도 대회보다는 차량 2부제가 언제 끝나는지에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도시를 알리고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일부 정치인과 땅주인, 개발업자들은 쾌재를 불렀겠지만 생업이 중요한 보통 시민들에게 아시아경기가 뭐 그리 큰 의미가 있을까. 아무쪼록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작은 보람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남은 대회가 매끄럽게 치러지면 좋겠다. 잔치가 끝난 뒤 해결해야 할 빚더미에 대한 고민은 잠시 덮어둔 채….―인천에서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