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동아일보 DB
29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그는 전날 '@feckhead'라는 트위터 계정을 쓰는 코미디언 필 브래드버리로부터 "최근 돌아가신 내 부모는 언제나 당신이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이들을 위해 리트윗을 해주겠느냐"는 공개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브래드버리가 부모라면서 올린 사진은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 로즈와 프레드 페스트 부부. 프레드 웨스트는 1970~80년대 영국에서 12건의 살인 혐의로 투옥됐다가 1995년 옥중 자살했고 아내 로즈는 10건의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아 57세가 된 지금도 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를 몰랐던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270만 명에 이르는 팔로어에게 이 메시지를 리트윗했다. 이후 트럼프를 비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쇄도했다.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트럼프는 메시지를 삭제하고 브래드버리를 고소하겠다고 경고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어떤 멍청이가 자기 부모가 내게 큰 영감을 받았다고 사기를 치는 트윗을 해서 내가 배려 차원에서 리트윗을 해줬다"며 "고소하겠다. 이번 일의 교훈은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다른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계정에는 "내 할아버지는 당신을 좋아했다. 지금 돌아가셨는데 명복 빌기 위해 리트윗해주겠느냐"라는 요청과 함께 아돌프 히틀러의 사진을 게재하는 등 그가 당한 망신을 모방한 트윗이 넘쳐나고 있다.
부동산 투자로 4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모은 트럼프는 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장황하게 공격하는데 자신의 트위터를 활용해왔다. 앞서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 때 출마 선언과 철회를 반복했던 그는 오바마 후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좌충우돌 행보를 보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