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에 ‘스마트 날개’]<중>기업혁신 이끄는 ICT
지난달 26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창고에서 무인크레인이 대형 트럭에 선재코일을 싣고 있다. ICT 융합 크레인 자동화시스템은 포스코가 낮은 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안전성까지 높일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포스코 제공
대형 크레인들이 내는 소음 속에서 포스코ICT 물류자동화팀 윤길섭 부장이 소리쳤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서로 대화를 통해 역할을 분배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코일은 부피도 크고 무거워 한 번의 오작동만으로도 수백만∼수천만 원의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얼핏 같아 보여도 크기와 지름 등 세부적 이력도 모두 다르다. 공장 안 모든 장비는 대형이지만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현장. 이런 곳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이 빛을 발한다.
ICT 융합기업 사례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포스코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ICT 관련 특허기술만 20개가 넘는다. 차량 및 적재물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무게중심을 3차원으로 분석해 찾아내는 ‘3차원 차량 형상 분석 시스템’, 크레인의 위치 속도를 조절하고 원격으로 설비상태를 진단하는 ‘크레인 무인제어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윤 부장은 “생산 및 물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은 모두 ICT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포항제철소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ICT 융합은 포스코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포항제철소 내 제품출하관제센터는 제철소의 ICT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관제센터는 제철소 내 10만8000m² 창고 등을 통합 관리하는데 총 관리 면적은 축구장 15개 크기다. 이곳에서는 차량위치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제철소 내에서 움직이는 출하차량 전체의 위치와 작업상태를 추적한다. 김남국 팀장은 “전에는 각 작업자들에게 전화를 해 각자 위치를 찾고 배차 및 작업지시를 했지만 지금은 제철소 전용 스마트폰 앱을 직접 개발해 한 번에 해결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도입한 자동입체창고도 포스코의 ICT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2만5500t 규모의 선재 저장능력을 갖춘 자동입체창고는 기존 평면창고 대비 4분의 1 면적으로 7배 이상 저장능력을 갖췄다. 생산기술부 윤상락 부총괄은 “ICT 융합형 자동입체창고를 만든 뒤 출하시간과 물류비, 인건비 등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말했다. 현재 제품의 입·출고 작업은 자동으로 24시간 이뤄지고 있다.
○ 기업 혁신의 원동력 ICT
이곳에서 하루 처리되는 주문(각 매장의 상품 요청)은 평균 18만 건. 품목만 3만 개가 넘는 제품들이 물류센터에서 전국 매장 600∼700곳으로 뿌려진다. 수작업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기존 물류센터와 달리 허브센터는 입고와 보관 분류 출하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작업자가 상품을 찾아 옮길 필요 없이 물류센터관리·제어 소프트웨어에 주문을 입력하면 상품 박스마다 붙어있는 바코드를 통해 품목과 양을 인식해 자동으로 처리된다. 상품이 스스로 갈 곳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도 ICT를 활용해 제품 제조에서부터 소비자의 손에 닿기까지의 전 과정을 바꿨다. 이들은 최근 자동차 타이어에 무선주파수인식칩(RFID)을 부착해 부적합 타이어의 생산 및 출하를 사전에 차단하고 영업·판매 관련 실시간 재고관리 등을 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제조에서 유통, 판매까지 생산정보 확인이 가능한 이력추적시스템을 구축하자 생산성이 높아지고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바로잡을 수 있어 연간 104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 ICT 융합, 안전을 높인다
ICT 융합은 각 기업들이 안전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무선네트워크 솔루션 전문업체 맥스포는 올해 말까지 유해화학물 사고 실시간 예방·예측 대응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현장이나 도심 속 유해화학물질 보관시설로부터 실시간 정보를 수집해 모니터링하고 사고 발생 시 누출지점의 기상조건을 고려한 분석을 통해 신속한 대응을 하는 것이 목표다. 맥스포 관계자는 “지난해 구미 저장탱크 폭발사고 등 많은 유해물질 누출사고가 있었지만 1차 사고 이후 2차 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며 “시스템 개발이 마무리되면 화학물질 누출사고 여부를 즉각 파악하고 실시간 자동시스템으로 최소한의 시간 내 대응조치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