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가정식 백반
―안성덕(1955∼ )
식탁마다 두서넛씩 둘러앉고
외따로이 외톨박이 하나,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내와 나를
반 어거지로 짝 맞춰 앉힌다
놓친 끼니때라 더러 빈자리가 보이는데도
참, 상술 한 번 기차다
소문난 게 야박한 인심인가 싶다가
의지가지없는 타관에서
제 식구 아닌 낯선 아낙이 퍼주는 밥을
꾸역꾸역 우겨넣으며
울컥 목이 멜지도 모를 심사를
헤아린 성싶다고 자위해본다
어머니뻘 늙은 안주인의 속내가
집밥 같다
잘 띄운 청국장 뚝배기처럼 깊고
고등어조림의 무 조각처럼 달다
달그락달그락,
겸상한 두 사내의 뻘쭘한 밥숟가락 소리
삼 년 묵은 갓김치가 코끝을 문득
톡, 쏜다
화자는 끼니때가 돼도 밥 먹자는 사람이 없는 타관, 소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 뒷골목에서 밥집에 찾아든다. ‘소문난 밥집’은 옥호이기도 할 테다. 그런데 빈자리도 많건만 밥집 안주인이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내와 나를/ 반 어거지로 짝 맞춰 앉힌다’. 이런 야박할 데가! 밑반찬을 따로 담아내기도 아깝고 식탁을 하나라도 덜 치우려고 그러는가. 나, 손님을 허술히 보는구나. 마침 배도 많이 고파 예민할 화자는 기찬 상술로만 느껴져 기분이 상하다가, 얼른 마음을 고쳐먹는다. 아니야, 혼자 밥 먹는 외로운 심사를 헤아린 처사일 거야. 어쨌거나 ‘겸상한 두 사내’는 끝내 ‘뻘쭘’ 하지만, 밥상이 모든 걸 용서한다. 잘 띄운 청국장이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무 조각이 달기도 한 고등어조림, 코끝을 톡 쏘는 맛의 삼 년 묵은 갓김치! 비록 돈을 받는 밥집이지만, 안주인의 속내는 지나가는 길손도 불러 앉혀 함께 참을 먹는 논둑 아낙의 그것일 테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