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꽉 찬 본회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타결된 30일 오후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모였다. ‘식물국회’에서 벗어난 이날 본회의에서 자녀를 학대한 부모의 친권을 최대 4년간 정지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등 90개 안건이 처리됐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30일 오후 7시 45분 국회 본관 3층 본회의장. 정의화 국회의장이 세 차례 의사봉을 두드렸다. 세월호 정국에 묶여 있던 ‘식물 국회’가 151일 만에 법안을 처리한 순간이었다.
○ 1개 안건 처리 시간은 평균 91초
정 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능하면 야당이 들어와서 원만하게 회의를 시작하려고 한다”며 “야당이 의도적으로 의원총회를 지연시키려 한다면 그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 내 이름이 ‘부의화’로 바뀌지 않는 한 지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인 이장우 의원은 “마냥 기다릴 수가 없으니 시간을 정해 달라. 더이상 어떻게 참느냐”며 항의했다. 정 의장은 “밤 12시를 넘길 수 없다”며 거듭 달랬다.
그러나 좀처럼 본회의 개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새정치연합의 태도가 완강했기 때문이다. 오후 6시 반경 여야 원내지도부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타결지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새정치연합은 “오후 7시 반 본회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개의 선언은 오후 7시 36분 이뤄졌다.
이후 여야 의원들은 일사천리로 법안 등을 처리했다. 오후 9시 52분 본회의가 산회될 때까지 90개 안건을 처리하는 데 136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안건 하나 처리하는 데 고작 91초 소요된 것이다.
친노(친노무현)·강경파 핵심인 이해찬 의원도 이례적으로 신상발언에 나서 “등원이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으면 당이 정말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김현 의원의 대리운전기사 폭행 연루 사건의 파장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설치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강경파 일부는 여전히 불만을 토로했다. 서영교 의원은 “우리가 강력히 주장을 해야 새누리당이 주춤주춤 거려 일부라도 양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특검 추천을 하면서 유가족을 배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경파 은수미 의원은 “성희롱법 제정 과정에 여성 빼면 안 되고, 흑인인권법 만드는 데 흑인 빼면 안 되듯 세월호 진상 규명에 유족 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친노·강경파 좌장 문재인 비대위원은 “특검 후보군 추천 때 유가족들이 함께하기로 한 부분이 관철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며 “당초 합의했던 대로 저희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오늘 합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여야 원내대표의 최종 합의안에 강한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박지원 비대위원은 “오늘 합의안은 마지막 안”이라며 “유족들의 반응이 좋지 않지만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