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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기]돈으로 따는 메달, 카타르 ‘귀화 군단’

입력 | 2014-10-01 03:00:00

거액 주고 아프리카 육상선수 데려와… 남자 100m 亞 신기록 거푸 갈아치워
결승 오른 핸드볼은 12명이나 ‘수입’




인천 아시아경기 육상 트랙을 흑인들이 휩쓸고 있다. 핸드볼과 사격 경기장에서는 유럽 출신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부자 나라 카타르가 ‘수입’한 선수들이다.

카타르는 50년 전만 해도 수도 도하의 인구가 2만여 명에 3층짜리 빌딩도 없던 곳이다. 지금은 인구가 약 200만 명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4655달러(2013년 국제통화기금 기준·세계 2위)나 되는 세계적인 부국이다. 매장량이 세계 최대 규모인 천연가스와 석유가 부의 원동력이다. 이런 카타르가 유독 관심을 갖는 분야가 스포츠다. 이미 2006년 아시아경기를 개최했고 2022년 월드컵까지 유치했다.

오일 머니를 쏟아 부어 스포츠시설을 건설하던 카타르는 ‘소프트웨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바로 외국 선수들을 귀화시켜 스포츠 강국으로의 도약을 노린 것. 귀화 프로젝트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육상 남자 1500m 3위로 카타르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선수는 소말리아 출신이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이자 남자 3000m 장애물경기 세계기록 보유자인 사이프 사이드 샤힌은 케냐에서 귀화했다. 카타르는 귀화 선수에게 고급 아파트와 10억 원 안팎의 연봉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 육상 남자 100m 우승자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며 9초93이라는 아시아기록을 세웠다. 2위 중국의 쑤빙톈(10초10)보다 0.17초나 빨랐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2009년 카타르로 귀화한 페미 오구노데(23)가 주인공이다. 오구노데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200m와 400m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가 갈아 치운 이전 아시아 기록(9초99)은 카타르의 새뮤얼 프랜시스가 세웠는데 그도 나이지리아 출신이다.

한편 2일 한국과 결승에서 맞붙을 카타르 핸드볼 대표팀은 엔트리 15명 중 12명이 귀화했다. 이전 국적은 프랑스, 몬테네그로, 스페인, 쿠바 등 다양하다. 센터백인 베르트랑 루아네는 3년 전만 해도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선수다. 사격 남자 센터파이어 권총에서 우승한 카타르의 올레크 옌가체프는 러시아 출신이다. 귀화 선수가 잇달아 메달을 따자 한 외신 기자는 공식 브리핑에서 “귀화 선수들이 대회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관계자는 “3년 이상 그 나라 거주 요건만 채우면 문제가 없다. 외국인 선수를 적극 유치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승리를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한다.” 오구노데가 대회 홈페이지에 제출한 자신의 스포츠 철학이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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