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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우산혁명’]경찰 물러섰지만 ‘불안한 평화’… 1일 국경절이 최대고비

입력 | 2014-10-01 03:00:00

[고기정 특파원 시위 현장 2信]




홍콩의 ‘우산혁명’이 점차 확산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는 경찰의 최루탄 발사로 격분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데다 홍콩 행정장관 선출 방식을 결정한 중국 공산당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제2의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수만 명 사흘째 노숙 시위

홍콩 금융의 심장부인 센트럴 등을 점거한 시위대는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밤낮으로 노숙하며 사실상 친중 인사로 입후보 자격을 제한한 홍콩 행정장관 선출 방식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행정장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50% 이상 지지를 얻은 2, 3명만 행정장관 후보로 나설 수 있게 자격을 제한했다.

9월 30일 한낮의 무더위에 이어 날이 어두워지자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으나 수만 명의 시민은 검은 티셔츠를 입고 집회를 강행했다. 검은 옷은 주민들이 톈안먼 기념식 때 입었다. 주민들은 “공휴일인 국경절(10월 1일)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국경절 이후에도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새로운 형식의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밤 한 남성은 ‘탱크도 홍콩인을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집회장에 나타났다. 탱크는 톈안먼 사태 당시 중국 인민군의 진압을 상징한다. ‘센트럴을 점령하라’ 운동을 발기한 찬킨만 박사는 “홍콩인들은 최루탄을 겁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물러나라고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날 오전 경찰 병력을 시위현장 밖으로 철수했지만 이후 시위대가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긴장감은 오히려 높아졌다. 한 시위 참가자는 “경찰이 국경절에 얼마나 많은 인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밀어붙일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우산을 들고 있던 일부 참가자는 노란색 리본을 집회장 주변에 매달고 더 많은 시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번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을 시도한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공적(公敵)으로 몰려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 중국, 홍콩 시위 처리 놓고 고심

중국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당장은 자극을 자제하는 기류다. 캐리 람 홍콩 정무부 총리는 이날 “행정장관 선거 관련 공청회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시위대의 ‘진정한 직접선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형편이다. 홍콩에서 밀리면 대만에 적용해야 할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분리독립과 종교의 자유 보장 요구가 거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중국 공안당국이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총기 발포 계획을 세웠으나 시 주석이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민과 홍콩 시민 간 불화도 고조되고 있다. 2008년부터 홍콩에서 골동품 사업을 하는 자오(趙)모 씨(30)는 “홍콩 사람들은 이성적이지 않다. 시내를 점거한 채 중앙정부에 반대하며 자기들만 민주화를 하겠다고 할 수 있나”고 비판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이날 시위로 21개 은행, 31개 지점이 휴업했다고 밝혔다.

홍콩=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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