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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쟁이 일본 근대화 승리라고?”

입력 | 2014-10-01 03:00:00

日교수, 자국 역사교과서 왜곡 질타




프랑스 삽화가 조르주 비고가 1887년에 그린 ‘낚시 놀이’. 일본 중학교 교과서들이 ‘한국(COREE)’을 낚싯감으로 묘사한 이 그림을 실어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시각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동아일보DB

“일본 역사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은 일제 침략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시각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최근 개최한 ‘청일전쟁 120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사카이 히로미 오사카대 교수(조선사 전공)는 일본 역사교육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일본 역사교육 속의 청일전쟁과 조선: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청일전쟁에 대한 일본 교과서의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사카이 교수는 1894년 청일전쟁을 서술한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예로 들었다. 이들 교과서에는 ‘청일전쟁의 승리로 우리나라는 근대국가로서 실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이쿠호샤 171쪽), ‘청일전쟁은 근대화에 뒤처진 청에 비해 군사력에서 앞선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교이쿠슛 168쪽)처럼 자화자찬을 담고 있다. 이쿠호샤(育鵬社) 교과서는 지유샤(自由社)와 더불어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계열로 분류된다.

조선과 청나라의 관계를 왜곡해 청일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교이쿠 교과서는 ‘1875년 강화도사건이 일어나자 이듬해 정부는 군함을 이끈 사절을 보내 조선에 압력을 가하고 조일수호조규(주: 조선을 독립국으로 해 당시 청과 조선의 관계를 부정했다)를 맺어 조선을 개국시켰다’(158∼159쪽)고 기술했다. 조일수호조규 이전 조선은 독립국이 아닌 것처럼 쓴 것이다. 사카이 교수는 “조선은 내정과 외교에서 자주권을 행사하는 독립국이었다”며 “조선이 청의 속국이었음을 강조해 청일전쟁, 나아가 한반도 병합을 정당화하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새역모 계열을 제외한 5개 중학교 교과서가 청일전쟁을 설명하면서 게재한 삽화 ‘낚시 놀이’도 도마에 올랐다. 일본에서 17년간 체류했던 프랑스인 조르주 비고가 그린 이 삽화는 개울가에서 일본과 청나라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고 이때 다리 위를 지나던 러시아인이 지켜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카이 교수는 이 삽화에는 러시아발 안보 위기를 부풀려 일본의 침략행위를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분석한다. 이쿠호샤 교과서는 ‘청일전쟁이 발발한 무렵 대국 러시아가 태평양 쪽으로 세력을 확대했다. … 우리나라에서도 인접한 조선이 러시아 등 구미열강의 세력하에 놓이게 되면 자국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는 위기감이 강해졌다’(170∼171쪽)고 적었다. 사카이 교수는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일본이 아시아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발상이 일본 대학생들 사이에서 뿌리 깊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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