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의료관광 전쟁] <3>입원일수 줄여 ‘신뢰 의료’ 구축 -日쇼난카마쿠라 병원
해외 의료관광객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가나가와 현 쇼난카마쿠라 종합병원. 의료진이 헬기를 이용해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 병원 국제의료지원실의 유다이 시로타 씨는 “과잉 진료를 없애고, 입원부터 퇴원까지 신속하게 마치도록 도와 의료관광객의 부담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쇼난카마쿠라 종합병원 제공
러시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세르지 제이첸코 씨(52)는 지난달 건강검진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의료서비스가 비슷하다고 알려진 한국도 고려했지만 의료관광 중개 수수료가 비싸 같은 서비스를 받아도 비용이 20∼30% 비싸다고 전해 들었다.
제이첸코 씨는 가나가와(神奈川) 현의 한 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고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에 있는 해외환자 전문병원인 ‘쇼난카마쿠라(湘南鎌倉) 종합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했다. 그는 수술 다음 날 바로 퇴원했다. 제이첸코 씨는 “암 수술을 받았는데 하루 만에 퇴원해 놀랐다. 비용도 조금 덜 들어 무척 만족스러웠다. 예상보다 치료가 빨리 끝나 온천 관광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쇼난카마쿠라 병원이 해외환자들에게 신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과잉 진료를 없애고 입원일수를 최소화하는 정책 때문이다. 제이첸코 씨 같은 암 환자들도 이르면 1, 2일 안에 퇴원시킨다. 한국을 방문한 의료관광객들이 “한국인보다 훨씬 오랜 기간 입원하고 불필요한 검사와 절차를 밟게 해 시간과 비용을 많이 썼다”고 불만을 종종 토로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쇼난카마쿠라 병원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는 내국인에 비해 하루를 더 체류할 때마다 비용 부담이 높아진다”며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이 입소문을 타고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쇼난카마쿠라 병원은 도쿄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한 달에 약 20명의 해외환자가 꾸준히 찾고 있다. 이는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제외한 수치다.
○ 외국어 가능 코디네이터 24시간 동행
이 병원은 하루에 수백 명의 외국인 환자가 몰리는 병원은 아니지만 해외환자를 위해 세심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4시간 동행 서비스다.
쇼난카마쿠라 병원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병원 전체 건물을 리뉴얼하고 스페인어, 러시아어, 영어, 한국어, 중국어, 아랍어 등을 구사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직원을 채용했다.
외국인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작지만 울림이 큰’ 장치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특히 병원 안내판이 일본어,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5개 언어로 쓰여 있다. 한국의 유명 해외환자 유치 의료기관들도 영어 중국어 등 2개 언어 안내판을 설치했지만 5개 언어로 된 안내판은 거의 없다.
외국인 환자들의 식습관에 맞춘 병원식도 별도로 제공한다. 이슬람 신자의 경우 돼지고기를 뺀 메뉴를 따로 만들어 배달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환자가 “모국 가정식 스타일로 식사하고 싶다”고 요청하면 세세하게 메뉴 요청서를 받아 환자 한 명을 위한 음식도 만든다.
○ 무섭게 추격하는 일본
이에 힘입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2010년 치료 및 검진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2010년 1만7000명 정도였지만 2012년에는 15만400명으로 10배 가까이로 늘었다.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의 비율도 2010년 16%에서 2012년에는 18%로 늘어났다.
윤주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현재 가장 많이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은 중국인 환자인데,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라면서 “한국이 동아시아 의료관광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일본의 세심한 서비스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마쿠라(가나가와)=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