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조 여성 그룹 소녀시대가 당분간 8명 체제로 움직이게 됐다. SM은 제시카(왼쪽에서 세 번째)가 그룹에서 탈퇴한 후에도 그의 개인 활동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시카를 포함한 9명 모두 최근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했다. 동아일보DB
제시카(본명 정수연·25)는 30일 오전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에 “회사와 8명으로부터 오늘부로 저는 더이상 소녀시대의 멤버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정당치 않은 이유로 이런 통보를 받아서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오후 “제시카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팀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발표했다. SM 쪽은 “제시카가 패션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속적인 논의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팀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SM은 또 소녀시대를 8명 체제로 운영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남은 소녀시대 멤버 8명은 이날 공식일정을 위해 중국으로 출국했다.
5월 멤버 크리스의 이탈 후 11인조로 활동 중인 SM 소속 남성그룹 엑소. 동아일보DB
이번 사태는 산업이 커지면서 생기는 ‘브랜드의 충돌’이다. 이들의 활동 무대가 해외로 커질수록 멤버 개인, 그룹, 회사의 브랜드 사이에 생기는 갈등도 다양해지고 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2000년대 H.O.T.나 동방신기 사태가 전속 계약관계를 둘러싼 분쟁이었다면 이번엔 개인사업과 그룹 활동 사이의 대립이 핵심”이라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아이돌이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수익 배분과 브랜드 사용에서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풀이했다.
8인조 소녀시대는 순항할 수 있을까. 김윤하 평론가는 “소녀시대의 브랜드 가치가 여전히 높다”면서 “각 멤버보다 그룹 단위의 충성도가 높아 이번 일이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되면 서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초 멤버 크리스의 탈퇴를 겪은 엑소가 빠른 대응으로 11명 체제로 연착륙한 것도 예가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이돌 산업에서의 개인 대 기획사의 긴장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케이팝 산업이 커지고 많은 멤버들이 각자의 브랜드를 쌓으면서 소속사 입장에서는 음악 제작보다 인력 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20세기 음반 산업이 제조업에 가까웠다면 21세기 음원 산업은 저작권 관리 사업이며 얼마나 많은 권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앞으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