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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곤충도 집있어야 잘살아… 호텔지어 선물해요”

입력 | 2014-10-01 03:00:00


18일 인천대공원에 곤충호텔을 설치한 인하대생 최동은 씨(왼쪽 위)와 어게인 몽타주 회원들. 이들은 생물자원으로서 곤충의 가치와, 자연과 인류가 공존하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곤충호텔을 만들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곤충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려면 어디에 설치하는 것이 좋을까?”

“시민들이 즐겨 찾는 숲길이 조성돼 있는 인천대공원이 제격이겠네요.”

지난달 18일 오후 인천 남동구 장수동 인천대공원 내 오솔길. 인하대 최동은(26·경영학 4), 박철진(25·국제통상학 4), 신정윤(23·경영학 4), 양지혜 씨(22·산업경영공학 3)가 쓰다 버린 폐목을 이용해 만든 ‘곤충호텔’을 들고 나타났다.

곤충을 해충으로 착각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농약으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가로 80cm, 세로 120cm 규모로 만든 나무 집 형태의 1층에는 꿀벌과 말벌 유충이 살기 좋게 구멍이 뚫린 통나무와 벽돌로 보금자리를 조성했다. 2층은 무당벌레와 애벌레가 몸을 숨기며 진딧물을 먹고 살도록 솔방울과 잣나무 가지 등으로 꾸몄다. 3층은 통나무형 자재에 가시나무를 엮은 쉼터를 만들었다. 4층에는 나무에 구멍을 뚫으며 사는 갑각류 같은 곤충이 서식하도록 건초가 가득한 화분을 들여놓았다. 5층엔 꿀벌이 대피할 대나무 봉을 빼곡하게 넣었다. 최 씨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공원과 정원 등에 곤충들이 서식하는 호텔을 설치하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라며 “인천지역 주요 공원에 곤충호텔을 더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물학을 전공하지도 않는 이들은 왜 곤충과 생태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까. 2011년부터 인천의 독립영화관 마케팅을 지원해온 지역사회 공헌 동아리인 ‘어게인 몽타주’ 회원으로 활동해 온 이들은 3월 LG그룹이 운영하는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글로벌챌린저에 신청하면서 머리를 맞댔다.

“어떤 주제를 갖고 응모할지를 고민하다가 어렸을 때 감명 깊게 본 애니메이션 ‘꿀벌대소동’이 떠올랐어요. 환경 파괴로 위험을 느낀 꿀벌들이 가루받이 같은 일을 중단했을 경우에 벌어지는 문제점을 짚은 만화였죠.”

2010년 전염력과 바이러스의 위력이 매우 강해 ‘토종벌 에이즈’라고 불린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해 전국의 90%에 가까운 토종벌이 폐사해 양봉농가가 큰 피해를 본 사실을 떠올린 이들은 탐방 프로그램의 주제를 ‘벌들을 지켜주세요’로 결정했다.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인천센터’를 이끌고 있는 변병설 행정학과 교수를 찾아가 꿀벌이나 나비 같은 화분매개 곤충에 대한 보호정책이 발달된 주요 국가와 정책을 소개받았다.

6월 글로벌챌린저에 선정된 이들은 준비기간을 거쳐 8월 3∼16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프랑스 국립식품위생안전청, 영국 레딩대, 헝가리 국립산림과학원과 농촌진흥청 등을 찾아가 각국의 곤충 보호정책과 실태 등을 탐방하고 돌아왔다. 이들의 방문은 헝가리 임업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신 씨는 “유럽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도 꿀벌과 같은 곤충의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농약과 살충제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며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 분산돼 있는 곤충 정책부서를 유럽 선진국처럼 통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1∼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4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에서 곤충호텔을 소개하고, 국내 토종벌 살리기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변 교수의 지도를 받아 집필한 ‘유럽 탐방을 통한 벌 중심 연구체계 국내 적용방안’이라는 제목의 학술논문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