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사흘째 르포 중학생부터 할머니까지 도심 점거…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 철야 농성
고기정 특파원
30일(현지 시간) 새벽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中環)의 동상광장 앞 도로. 시위대 수천 명이 연좌농성을 벌이는 이곳에서 올해 78세의 우웨이칭(吳瑋慶·여) 씨가 ‘아이들을 구하자(救救孩子)’고 쓴 두건을 머리에 두른 채 시위 동참을 독려했다. 그는 “난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 아이들이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려는 중국 정부에 맞서 일어난 홍콩 민주화 시위는 지난달 28일 경찰의 최루탄 발사 이후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시위대는 당국의 해산 명령을 거부한 채 시위 사흘째인 이날 밤에도 센트럴과 홍콩 섬 서부지역, 주룽(九龍) 반도의 몽콕(旺角) 등의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이들은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진정한 보통선거 쟁취’ ‘렁춘잉 하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중국 정부의 입후보 자격 제한 결정에 항의했다.
렁 장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불법행위와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대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홍콩 당국과 시위대가 양보 없이 대치하는 가운데 10월 1일 중국 국경절을 계기로 시위가 최대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콩 교사조합(PTU)의 펑와이와 회장은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얘기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교사들은 이를 회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31개 중학교가 수업을 하지 않았다.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거리로 나서 ‘홍콩은 우리의 집(HongKong is our home)’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가세했다.
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