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도 끝까지 배 지켜 전원 무사
전남 신안군 홍도 앞 해상에서 승객과 승무원 110명이 탄 유람선이 좌초됐다. 하지만 선원이 끝까지 남아 승객을 구조했고 사고 상황이 신속하게 전파돼 탑승객 전원이 구조될 수 있었다. 세월호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여기에 승객들이 손에 손을 잡고 서로를 격려했던 점도 전원 구조에 한몫했다.
30일 오전 9시 5분경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동쪽 200m 해상에서 신안선적 유람선 홍도 바캉스호(171t급)가 암초에 부딪쳐 좌초됐다. 배에는 관광객 105명과 승무원 5명 등 110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마복자 씨(49·여)는 “배가 섬 쪽에서 멀어지더니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며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도록 하고 앞쪽에 물이 차오르자 배 뒤로 안내하며 구조를 지휘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배는 바캉스호를 뒤따르던 유람선 썬플라워호(99t급)였다. 바캉스호와 150여 m 간격을 두고 운항하던 썬플라워호는 바캉스호 뒤쪽에 접근해 승객들을 옮겨 태워 80여 명을 구조했다. 해경으로부터 긴급 구조요청을 받고 출동한 민간 어선들도 승객 20여 명을 안전하게 배에 태웠다. 갑작스러운 사고였지만 승무원과 승객, 주변 선박 등은 세월호 참사를 교훈 삼아 최초 신고 접수 20여 분 만에 구조를 마쳤다. 1987년 7월 일본에서 건조된 바캉스호는 선령이 27년이나 돼 올 5월 운항 허가 당시 노후 문제로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해경은 선장 문모 씨(58)가 배를 운항한 지 15일밖에 되지 않은 데다 홍도 인근 바다의 지리에 익숙지 않아 암초를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