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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저지선마저… ‘최경환 효과’ 벌써 약발 떨어졌나

입력 | 2014-10-02 03:00:00

코스피 2,000선 붕괴… 美 양적완화 종료 다가오고
국내기업 실적 악화까지 겹쳐…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지연
정부 정책 추진동력 약화… 증권가 “당분간 약세 지속될 것”




1일 코스피의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2,000 선이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등 대외적 불안감에 기업실적 악화 등 국내 상황이 겹쳐 탈출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던 강세장이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슈퍼달러’의 공습

무엇보다도 미국 달러화 강세가 코스피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고 한국 증시를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최근 10거래일 사이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7월 한 달 동안 4조 원 넘게 사 모았던 것에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이달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가 예정돼 있어 외국인의 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까지 지속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 행렬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다른 국가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 이익을 내는 전략) 자금을 회수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는 거의 모든 신흥국에서 공통적으로 영향을 받는 요인이다. 문제는 달러 대비 엔화가치의 하락이 원화보다 훨씬 가파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10엔을 돌파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조선과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한국의 주요 수출제조업의 가격경쟁력이 일본 업체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실적 개선 종목 위주로 접근 필요”

1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28.55포인트(1.41%) 떨어진 1,991.54로 마감되면서 7월 14일 이후 처음 2,000 선 아래로 내려갔다. 장 마감 직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잇따른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름 증시를 달궜던 ‘최경환 효과’도 약발이 다한 모습이다. 10월 국정감사 일정을 고려할 때 경제활성화 법안은 11월이나 돼야 예산안 승인과 함께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만한 요인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로 3개월째 하락세로 나타나는 등 체감 경기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에서 복합적인 악재가 부각되고 있지만 주요 원인은 정부 정책 추진동력의 약화와 실적 우려”라며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3분기 기업실적 악화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시가총액 1, 2위로 한국 주식시장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실적악화로 휘청거리면서 증시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주가전망이 그다지 어두운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주가가 오름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익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점 약화되고 있어 투자자들은 실적 개선이 뚜렷한 종목 위주로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