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에 도전한 지 30여 년 만에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로 성장한 현대중공업의 뒤에는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72·현 현대중공업 상담역 겸 현대학원 이사장)이 있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는 드물게 그는 11년 동안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회사의 가치를 크게 높였다. DBR는 민 전 회장을 만나 경영철학과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민 전 회장은 회사의 모든 사업에서 수익이 나야 한다고 믿는 ‘100점 경영’은 망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비즈니스의 70%에서만 돈을 벌면 되고, 30%는 미래 상품에 투자해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는 다시 파생적 신제품 20%와 혁신적 신제품 10%로 나눌 수 있다. 기존 제품과 신제품의 비율이 7 대 3이어야 이상적이라고 봤다. 30%에서 당장 돈을 못 버는 것은 부분적인 후퇴고 전략적인 희생이다. 최고경영자(CEO)가 모든 일에서 다 잘하고 모든 결정에서 전부 완벽하게 성공할 수는 없다. 그는 “전략과 전술을 구분해 전략적인 승리를 해야 한다”며 “작은 전술에서 패배하더라도 큰 전략에서 이기는 게 전략적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CEO가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 전문지식, 덕(德)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냉철한 분석, 판단, 결단인데 이것은 역사와 철학에서 배울 수 있다며 어린 시절부터 역사책과 철학책을 읽을 것을 조언했다.
CEO라는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유능한 CEO가 되살릴 수 없을 만큼 엉망인 기업도 없고 무능력한 CEO가 파괴할 수 없을 만큼 우량한 기업도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