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돌려주세요/2부]③ 롯데푸드 직장어린이집
롯데푸드가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21길 본사 인근에 마련한 ‘아이사랑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롯데푸드 제공
○ 직장어린이집을 통해 얻은 행복
김 씨의 출근길이 처음부터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두 딸을 낳고 지난해 3월까지 육아휴직을 한 김 씨는 집인 경기 수원에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회사까지 매일 출퇴근을 해야 했다. 출퇴근에만 왕복 2시간 이상 걸리다 보니 자녀들을 돌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급기야 공무원인 남편이 충남 천안으로 발령나면서 육아는 더 큰 짐이 됐다.
김 씨의 출근길이 즐거워진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김 씨의 사정을 알게 된 회사 측이 직장어린이집이 있는 천안공장으로 발령을 내준 것. 부부는 수원에서 천안으로 아예 이사를 했고, 천안공장에 마련된 어린이집에 두 딸을 맡기게 되면서 육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롯데푸드는 2005년 3월 천안공장 기숙사 건물 1층을 개조해 ‘푸르니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워 2005년에는 천안공장을 증설하면서 어린이집을 새로 지었다. 어린이집(472m²) 외에도 실외놀이터(252m²), 보육실(4곳), 조리실(1곳), 식당(1곳) 등을 모두 갖춰 정원 99명으로 인가를 받았고, 현재 교사 8명이 60명의 아이를 돌보며 지도한다.
이에 롯데푸드는 올해 3월에도 영등포구 양평로21길 본사 인근에 ‘롯데 아이사랑 어린이집’을 마련했다. 본사에서 인근의 건물(172m² 규모)을 임차해 어린이집으로 리모델링했다. 본사에 근무 중인 직원의 자녀(만 1∼3세)는 누구든지 이용이 가능하고, 롯데제과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직원들도 함께 이용한다. 특히 아이사랑 어린이집은 직원들의 출퇴근시간을 고려해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 반까지 13시간 동안 운영한다. 본사와의 거리도 100m밖에 되지 않아 직원들이 언제든지 쉽게 아이를 만날 수 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천안과 본사 모두 어린이집 의무 설치 사업장이 아니지만 복지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며 “연간 수억 원의 비용도 회사가 전액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육아휴직은 무조건 가야 해
이 회사 육가공 영업팀의 이미정 대리(34·여)는 모유로 딸을 키운다. 모유 수유가 가능했던 것은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꽉 채워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대리는 이 기간에 안심하고 집에서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이 대리는 “주변을 보면 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회사로 복귀하거나 임신하면 회사를 아예 관두는 친구가 많았다”며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서 안심하고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육아휴직자들이 업무에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톡톡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육아휴직 기간에도 업무감각을 조금씩 익힐 수 있게 각종 직무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육아휴직자들도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충분히 업무 복귀 준비를 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롯데푸드의 이 같은 노력을 인정해 지난해 12월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수여했다. 가족친화인증기업이란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을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다. 각종 제도의 실행 사항 등을 평가해 70점 이상(100점 만점)을 획득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인증을 받은 대기업 84곳 가운데 종합식품회사로서는 유일하게 인증을 받았다. 천안공장 어린이집은 지난해 12월 충남도가 주최한 우수보육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롯데푸드가 이처럼 가족친화 정책을 시행한 이후 여직원 퇴직률 역시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여직원 퇴직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1%포인트나 감소했다. 롯데푸드 이영호 대표이사는 “우수한 여성인력이 경력 단절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