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 합의 이후] 여야 합의로 특검후보 4명 제시… 변협 등 외부위원 거수기 전락 우려 법조계 “정치적 독립 원칙에 위배”
여야가 지난달 30일 합의한 세월호 특별검사(특검) 추천 절차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설특검법)’의 입법 취지였던 ‘정치적 독립성’과 ‘법적 안정성’ 원칙에서 크게 어긋난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합의안에는 ‘특검 후보군 4명을 여야가 합의해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추천’ 대신 ‘제시’로 바뀌었고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후보는 배제한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사실상 ‘추천위는 국회가 고른 후보군 4명 중에서만 최종 후보를 의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조계는 이 합의안이 특검 추천위원 7명을 국회 추천 4명과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으로 골고루 구성해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상설특검법의 취지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법무부 대법원 대한변협 측은 거수기로 전락하고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특검 후보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수년간의 진통 끝에 통과시켜 6월 19일 발효된 상설특검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상황에서 이번 세월호 특검법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얘기다. 상설특검법은 특검을 도입할 때마다 관련법 제정과 수사 대상, 추천권자 등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벌어지고 특검 수사 결과를 불신하는 것이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제정됐다. 그때그때 개별법을 제정하기보다 관련 절차를 미리 정해두고 특검을 발동하자는 거였다.
그러나 여야는 이번에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하면서 기존의 상설특검법을 적용하지 않고 ‘여당이 추천위원을 임명할 때 야당과 유족의 동의를 받는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특별법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한 원로 법조인은 “이번 세월호 특검법 합의는 결정 과정뿐 아니라 추후 특검을 도입할 때마다 추천권을 놓고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우려가 높다. 국회 스스로 만든 상설특검법을 사문화시키는 결정이자 ‘입법 만능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