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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DJ “음악팬 위해 다시 마이크 켜요”

입력 | 2014-10-03 03:00:00

50년전 동아방송 ‘탑튠쇼’ 진행… 한국 최초 DJ 최동욱씨




1964년 동아방송 ‘탑튠쇼’ 진행을 맡아 한국 최초의 DJ로 활동했던 최동욱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장. 지금도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현역 DJ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젊음의 푸른 꿈과 낭만을 안고 달려보는 리듬의 퍼레이드, 오늘의 오프닝넘버는∼.”

1964년 10월 5일 그룹 ‘챈테이스’가 연주하는 ‘파이프라인’의 기타 선율과 함께 동아방송(DBS) ‘탑튠쇼’가 첫 라디오 전파를 탔다. 아나운서는 진행만 맡고 프로듀서가 조정실에서 믹싱을 하던 이전 음악방송과 달리 한 사람이 선곡, 믹싱, 진행까지 모두 맡는 디스크자키(DJ)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진행자는 최동욱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장(78).

이렇게 시작된 한국 DJ의 역사가 올해 50주년을 맞는다. 디스크자키협회는 6일을 ‘DJ날’로 선정하고 이날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DJ 탄생 5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기념식에 이어 장사익 이동원 신계행 등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장사익 씨는 제 방송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해요. 그렇게 제 방송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팬들을 만날 때마다 큰 힘이 됩니다. 동아방송은 1963년 개국 때부터 DJ 스테이션을 갖추고 있었어요. 남들이 안 하는 방송, 새로운 방송을 하려는 의지가 대단한 방송사를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최 회장은 탑튠쇼에 이어 ‘세시의 다이얼’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1990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2003년 귀국한 그는 2005년 5월부터 홈페이지 ‘라디오서울코리아’(www.radioseoulkorea.com)에서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내보내며 DJ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스튜디오의 벽면 책장에는 일련번호를 일일이 매긴 CD 1만여 장과 음악 관련 책자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모두 그의 손때가 묻은 자료들이다. 스튜디오를 갖추는 데만 약 1억5000만 원이 들었다. 매달 홈페이지와 스튜디오 유지에 드는 비용은 150여만 원. 9년 넘도록 혼자 비용을 감당하느라 건물 3층에 있던 스튜디오는 같은 건물 반지하로 옮겼다. DJ 탄생 50주년을 앞둔 그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실은 오늘(지난달 30일) 방송을 종료하겠다고 미리 공지를 올리고 미국행 비행기표까지 사뒀었어요. 그런데 자꾸 계속 방송을 해달라는 전화가 오고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오니 마음이 약해지지 뭐예요. 결국 비행기표는 취소했어요.”

최 회장은 정규 방송을 잠시 중단한 뒤 하루 24시간 직접 선곡한 음악만 내보내고 있다. 곧 프로그램을 재정비해 다시 정규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요즘에는 라디오가 잡담 위주로 흘러 안타까워요. DJ가 음악을 제대로 알고 음악과 음악을 연결하는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음악은 혼자 찾아 듣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DJ가 골라주는 음악을 원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죠. 한국에 라디오 르네상스가 올 때까지 숨은 라디오 팬들을 위한 제대로 된 음악 방송을 계속할 겁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