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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기]119분의 혈투… 1분전의 환호

입력 | 2014-10-03 03:00:00

男축구, 남북대결서 함박웃음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펼치다 종료 1분전 임창우 천금의 결승골
아시아경기 28년만에 금빛 골인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결승전 남북 대결은 이번 대회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2일 결승전이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에는 외신 기자들까지 대거 몰려들었다. 경기 4시간 전 장대 같은 가을비가 쏟아지면서 기온이 내려가 경기 직전까지 관중석이 군데군데 비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서 4만7120명의 관중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북한 응원단은 본부석 밑에 자리를 잡고 인공기를 흔들면서 응원전을 펼쳤다. 남북공동응원단도 ‘원코리아! 통일슛 골인!’이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고 한반도 기를 흔들며 남북 선수들에게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예상대로 초반부터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전반 10여 분 동안 한국이 상대 진영을 압박하며 주도권을 잡았지만 북한도 격렬한 몸싸움으로 맞서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전반 17분 이재성(전북)이 갑작스러운 어깨 부상으로 교체된 후 북한도 몇 차례 한국 문전을 위협했으나 골키퍼 김승규(울산)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광종 대표팀 감독은 4강까지 펼쳤던 공격적인 스타일과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했다. 북한의 윤정수 감독을 의식한 전략이었다. 4년 전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 출전한 이 감독은 대회 준결승전에서 북한에 0-2로 패했다. 공격 일변도로 나가다 빠른 역습으로 기습 골을 허용했다. 당시 북한 사령탑은 이번 북한 팀을 이끌고 온 윤 감독이었다.

4년 전 북한에 패배한 후 “공격보다 수비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경험을 배웠다”고 말했던 이 감독은 전반 김진수(호펜하임)와 임창우(대전) 좌우 윙백의 공격 가담을 자제시켰다. 이 감독은 후반에 변화를 줬다. 중앙 미드필더 손준호(포항)의 위치를 공격적으로 끌어올렸다. 전반 북한의 격렬한 몸싸움에도 표정 변화가 없던 이 감독은 후반 4분 이종호(전남)가 북한 윤일광의 거친 파울로 쓰러지자 상기된 얼굴로 하프라인까지 달려 나가 윤일광을 노려봤다.

하지만 기다리던 선제골이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28분 북한 박광룡에게 결정적인 헤딩슛을 허용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진일퇴의 팽팽한 공방전 속에 인천 남북 대결은 36년 전 태국 방콕의 남북 대결을 재현한 듯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이 감독은 설욕전을 위해 아껴둔 카드를 연장에서 뽑아 들었다. 예선 2차전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해 4강전까지 출전하지 못한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을 승부사로 투입시켰다. 결국 한국은 김신욱이 문전을 휘저은 데 힘입어 경기 종료 직전인 연장 후반 14분 임창우의 골로 1-0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이후 28년 만에 한국 축구에 금메달을 안긴 골이었다. 4년 전 패배를 약으로 삼은 이 감독의 ‘신의 한 수’는 36년 전과 다른 금빛 남북 대결 역사로 남게 됐다.

인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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