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손연재 도운 前에이전트 문대훈씨가 본 ‘리듬체조 요정’
《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가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손연재의 아시아경기 첫 금메달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던 사람이 있다. 손연재의 곁에서 5년간 함께 생활했던 문대훈 전 IB월드와이드 에이전트가 주인공이다. 부모님 다음으로 손연재를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09년부터 손연재와 함께 각종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손연재가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 그만이 지켜본 내용을 본지에 보내왔다. 》
지난 5년간 손연재를 물심양면 도왔던 문대훈 전 IB월드와이드 에이전트(오른쪽). 문대훈 씨 제공
새벽부터 시작되는 훈련은 오후 10시에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훈련이 잘되지 않을 때면 코치로부터 온갖 주의를 들었다. 대회 성적까지 좋지 않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는 더욱 컸다. 훈련 이외에도 식사부터 빨래, 학업 모두 혼자 해결했다. 하루 한 끼는 따뜻한 밥과 한식을 먹고 싶었지만 러시아 기숙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굶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손연재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어떤 불평도 하지 않았다. 다만 받아들이고 적응했을 뿐이었다.
훈련장 상황은 더욱 선수들을 힘들게 했다. 서커스단 천막처럼 높게 만들어진 훈련장은 통풍이 전혀 되지 않았다. 내부온도는 40도를 넘나들었다. 이곳에서 하루 4∼5시간 훈련하다 보면 탈진하는 선수도 많았다. 일부 선수는 며칠 훈련하고 짐을 싸는 경우도 있었다.
손연재는 달랐다. 훈련장 총책임자와 코치들은 입을 모아 가장 열심히 훈련에 참여하는 선수로 손연재를 꼽았다. 그러나 손연재는 “체력과 체격 모두 유럽 선수들에게 밀리기 때문에 훈련을 몇 배로 더해야만 경쟁할 수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다른 선수들은 크로아티아에 가지 않으려 했지만, 손연재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여름이면 그곳에서 훈련한다.
손연재는 똑똑하다. 손연재의 안무가인 루드밀라 드미트로바는 손연재가 굉장히 똑똑하다고 말하곤 했다. 도구를 다루거나 안무 습득 속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빠르다는 것이다. 언어적인 면에서도 비상하다. 손연재는 약 1년 만에 훈련에 거의 지장이 없을 정도로 러시아어를 익혔다. 현재는 현지인 수준이다. 자유로운 러시아어 구사는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 관계자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돌발 상황에서도 강하다. 손연재는 경기 중 던지기 실수 등이 있을 때 최소한의 감점만 받게끔 동작 변화를 빠르게 줄 수 있다. 대부분의 선수는 실수 상황에서 어떻게 동작을 해야 하는지 망설이거나 결정을 늦게 내리는 경우가 많아 큰 감점을 받곤 한다.
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