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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기]농구… 배구… 만리장성 뒤덮은 그녀들의 태극기

입력 | 2014-10-03 03:00:00


▼ 女농구, 中 70-64로 꺾고 20년만에 金 ▼
이미선-변연하 등 30대 베테랑 “이번이 마지막 태극마크” 총력전
평균연령 24세 中패기 잠재워

마지막이란 각오로 코트에 나선 ‘언니들’이 2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여자 농구 결승전.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70-64로 승리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이후 처음 따낸 금메달이다.

이미선(35) 변연하(34)를 선두로 하는 30대 언니들의 힘이 컸다. 높이와 스피드를 앞세운 중국은 평균 연령 24.1세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평균연령 30.1세인 한국 대표팀은 노련함으로 중국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몸을 사리지 않은 맏언니 이미선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날 이미선은 22분 32초간 코트를 누비며 2득점 5리바운드 3스틸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4쿼터에서 잇단 스틸로 빛을 발했다. 이미선의 안정적인 수비로 한국은 접전을 이어가던 가운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미선은 “16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지만 지금까지 금메달이 없었다”며 늘 아쉬워했다. 금빛으로 국가대표 활동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가 누구보다 강했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 이미선은 눈물을 쏟았다. 그는 “후배들이 많이 도와줘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다. 후배들과 뛰는 마지막 (대표팀) 경기라는 게 실감이 안 났는데 이제야 실감이 난다”며 울먹였다. 대회 기간 ‘주부 파워’를 과시하며 체력적 한계를 이겨낸 그는 이제 마음 편히 2세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됐다. 훗날 아이에게 자랑스럽게 금메달을 보여주고 싶다던 꿈도 이뤘다.

‘영원한 해결사’ 변연하도 34분 38초 동안 16득점하며 마지막 힘을 폭발시켰다. 변연하는 “15년째 대표팀 활동을 하며 한 번도 부담 가진 적 없는데 마지막 대회라 부담이 정말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후회 없는 경기와 금메달 두 가지 목표를 다 이뤄 시원섭섭한 마음”이라며 웃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여자 농구는 세대교체라는 중대한 길목에 들어섰다. 이미선 변연하 임영희(34) 신정자(34) 강영숙(33) 등 주전 선수 대부분이 대표팀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결승전이 끝난 뒤 코트에서는 위성우 감독을 향한 ‘테러 세리머니’가 등장했다. 선수들이 감독을 헹가래 치는 대신 바닥에 떨어뜨리고 발로 밟는 세리머니다. 위 감독의 소속팀 우리은행의 우승 세리머니로, 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위 감독을 향한 애정 어린 분풀이(?)다.

히로시마 금메달의 주역 전주원 대표팀 코치(42)는 20년 만에 코치로서 금메달의 기쁨을 다시 누리는 영예를 안았다.

▼ 女배구도 中에 ‘광저우 결승 패배’ 되갚아 ▼
‘여제’ 김연경 26득점 무차별 폭격… 양효진도 블로킹으로 완승 거들어
남자는 4강서 일본에 아쉬운 패배

“오늘 ‘미친 선수’가 많이 나왔어요. (김)희진이도 그렇고 (한)송이 언니도 그렇고…. 1세트를 확실하게 잡은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국제대회 첫 우승을 하고 나니 이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욕심이 납니다.”(김연경)

한국의 첫 득점은 ‘배구 여제’ 김연경(28·터키 페네르바흐체·26득점)의 손에서 나왔다. 두 번째 점수도 그가 올렸다. “상대가 정신 못 차리게 초반부터 세게 나가겠다”던 다짐 그대로였다. 김연경의 공격이 막힐 때면 김희진(23·기업은행·16득점)이 나섰다. 승부를 마치는 마지막 강스파이크는 그의 몫이었다. 한국 대표팀 이선구 감독은 “고비마다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며 팀을 회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김희진을 칭찬했다. 고교생 세터 이다영(18·도로공사)은 베테랑 이효희(34·기업은행)의 교체 선수로 투입돼 상대의 허를 찌르는 대담한 토스워크를 보여줬다. 큰 키를 앞세운 중국의 블로킹은 18세 소녀의 토스에 길을 잃고 헤맸다.

한국 여자배구가 2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에서 중국을 3-0(25-20, 25-13, 25-21)으로 완파하고 20년 만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광저우 대회 결승에서 2-0으로 앞서다 편파 판정에 흔들리며 2-3으로 역전패한 아픔도 되갚았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6경기를 모두 3-0으로 이긴 ‘퍼펙트 대회’였다.

지금은 브라질에 패권을 넘겨줬지만 중국은 올림픽을 두 차례나 제패했던 여자배구 세계 최강이었다. 이전까지 중국과의 상대 전적은 12승 67패(승률 0.152)로 크게 뒤진다. 한국은 13차례 아시아경기에 출전했는데 1970년대까지는 일본을 넘지 못했고, 1980년대부터는 중국의 만리장성에 번번이 막혔다. 은메달만 8개(동메달 3개)를 땄다. 금메달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가 유일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김연경이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연경은 2006년 도하 대회를 시작으로 세 차례 도전 끝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이날의 깜짝 스타 김희진은 “이전까지 제 역할을 못했는데 오늘은 자신 있게 해보자고 한 게 통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중국이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보내고 인천에 2진을 보냈다고 하는데 단순히 팀을 나눈 것뿐이지 실력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8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남자배구는 준결승에서 일본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최강 이란과 결승에서 만날 것만 예상하고 일본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게 패인이었다.

인천=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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