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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정책 줄잇는데… 총대 안메는 與, 견제 못하는 野

입력 | 2014-10-04 03:00:00

[국정감사 D-3]담뱃값-공무원연금-연장근로 등
정부 굵직한 현안 연일 발표해도… 내홍에 빠진 野 정책대응 못하고
몸사리는 與는 정부에 떠넘기기… 국감 코앞서 무책임한 ‘뒷짐정치’




10·4선언 7주년 기념식에 모인 야권 인사들 10·4 남북공동선언 7주년 기념식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 의원은 기념식 인사말에서 “박근혜 정부 임기 3년 차인 내년에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정책에 일관성과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부의 담뱃값 주민세 등 인상 계획 발표,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검찰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 새누리당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2016년 4월 총선까지 사실상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주도하는 여권은 민감한 정책 이슈를 연달아 내놓으며 정국을 이끌고 있지만 130석을 가진 거대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7·30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새정치연합은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내부를 추스르기는커녕 내홍은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새누리당 역시 의회정치의 복원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래저래 정치의 공백이 커 보인다.

○ 정책 대응 사라진 야당

새누리당은 2일 현행 주당 법정근로시간 52시간에 추가 연장근로 8시간을 더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고, 온라인에서는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새정치연합이 내놓은 반응이라곤 3일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이 전부였다. 정부와 여당이 세법 개정안, 쌀 수입 관세율,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굵직한 정책을 연거푸 쏟아내는 동안에도 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원내대표 거취 문제 등에 관심이 쏠려 정부 여당에 대해 ‘반대 논평’을 내는 것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세월호 특별법이 제1의 민생 법안’이라는 명분으로 국회 등원을 거부하면서 야당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측면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여당과 청와대의 민심 역행 독주가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부에서조차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하는 야당이 집안싸움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자성이 나온다. 한 3선 의원은 “세금 인상안에 대해서는 야당이 집요하게 문제 제기를 할수록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이슈인데 ‘부자 감세, 서민 증세’ 구호 외에는 대응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6·4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던 김진표 전 원내대표는 2일 비상대책위원과 3선 이상 의원 전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장외투쟁을 이유로 국회를 공전시키는 일만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발 빼는 여당

새누리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문제 제기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 당직자는 3일 “야당의 ‘서민 증세’ ‘의료 영리화’ 등 흑색선전 구호를 바로 반박하고 국민에게 알리라는 지침을 상임위 간사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야당의 공세 저지에만 급급할 뿐 정작 예민한 이슈에 있어선 ‘한발 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법 개정안, 공무원연금 개혁 등 민감한 이슈에 당이 총대를 메길 꺼린다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도 여당은 사실상 정부안을 묵인하는 쪽을 선택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놓고도 중구난방 목소리를 내다가 결국 정부로 주도권을 넘겼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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