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조선호텔 10일 ‘개관 100주년’… 한국인에게 호텔이란? 해외정상 투숙-톱스타 결혼식 장소도 뜨거운 관심
1964년 엄앵란 신성일 커플의 결혼식이 열렸던 지금의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은 1970년대 신혼여행지로도 인기를 끌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 제공
특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어느 호텔에 투숙할 것인지는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가 돼 왔다. 그동안 한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들은 미 대사관이나 주한미군 기지 안에서 투숙하거나, 미국계 체인 호텔인 그랜드하얏트서울을 이용해 왔다. 남산 자락에 있는 이 호텔은 서울 도심보다 경호가 쉽고 차로 5분 거리인 용산 미군기지와도 가깝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방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199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2008년)이 그랜드하얏트서울에 투숙했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진 중국 정상의 투숙 호텔 역시 큰 관심사다. 중국 국가주석들은 1990년대 양국 수교 이후 신라호텔을 애용해 왔다. 올 7월 방한한 시진핑 국가주석과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주룽지 전 총리도 이 호텔을 찾았다.
국빈이 묵을 숙소는 우리 정부와 방한국 정부, 호텔이 합의해 결정한다. 호텔 비용을 지불할 우리 정부가 위치와 시설을 고려해 숙박 가능한 호텔 명단을 제공하면 국빈 측에서 머물 호텔을 정하는 식이다. 호텔 측은 해당 기간에 경호를 위해 3개 층 전체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당시 예약 사항과 시설 문제 등을 점검한 후 최종 결정을 해당국에 알린다.
호텔이 국빈 방문 다음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시기는 유명 톱스타의 결혼식이 있을 때다. ‘호텔 웨딩’의 스타트를 끊은 연예인 커플은 배우 엄앵란과 신성일이다. 1964년 ‘세기의 결혼식’으로 불리며 세간의 화제를 모은 이들의 결혼식은 지금의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 열렸는데, 4000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다. 결국 식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청첩장이 암거래되기도 했다.
이후 ‘허례허식’을 금한 가정의례준칙 때문에 주춤했던 연예인들의 특급호텔 결혼식은 1999년 관련 법률이 폐지되면서 다시 봇물을 이뤘다. 그 시발점은 2000년 롯데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탤런트 채시라·가수 김태욱 커플이다. 롯데호텔 측은 홍보효과를 위해 1억 원에 가까운 이들의 결혼 비용을 부담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호텔 예식이 일반인에게도 보편화되면서 연예인 커플에 예식 비용을 할인해 주는 관행은 대부분 사라지는 추세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은 산과 인접해 있어 보안이 용이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비공개 결혼식을 원하는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배우 심은하, 김희선, 한가인·연정훈 부부, 지성·이보영 부부, 가수 박진영 등이 이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배우 심은하의 결혼식 때는 한 열성 팬이 산을 타고 넘어와 식장에 접근하려다 경호 인력에 저지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