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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주펑]김정은 ‘통풍’이 북한 역사 바꿀까

입력 | 2014-10-04 03:00:00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병세 소식이 연일 나오고 그 때문에 최고인민회의에 출석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북한 내부 언론도 매우 이례적으로 ‘최고지도자의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너무 업무에 과로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은 7월 8일 다리를 절면서 할아버지인 김일성 서거 20주기 기념식에 참석하고 8월에도 역시 다리를 절면서 공장을 시찰했다. 이어 9월 25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채 오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의 상태가 심각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외국의 의료 전문가가 북한에 가서 치료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픈 곳이 다리인지 대뇌인지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다. 신랑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북한 외무상 이수용이 10월 1일 모스크바에 가서 심장병 전문병원에서 전문가들로 팀을 꾸렸으며 이 팀이 이 외무상과 김정은의 의료 특사를 만났다는 글도 올라왔다. 러시아의 심장병 전문가가 김정은의 치료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김정은의 병은 비단 다리 부분에 그치지 않고 김정일처럼 뇌중풍(뇌졸중) 증상이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김정일은 2008년 뇌졸중 진단을 받은 뒤 3년 있다가 사망했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뒤를 밟을 것인가.

30세의 김정은이 심각한 뇌졸중을 앓고 있다는 것은 다소는 ‘말로 겁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너무 비만하고 가족 유전 병력까지 있으면 그가 뇌졸중을 앓을 가능성이 있으며 최소한 김정은의 신체상태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점은 사실일 수도 있다. 이런 정황 아래서 북한 내부 정국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는 매우 중요하다. 한 차례의 통풍이 김정은 정권을 끝내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김정은의 신체 상태가 북한의 역사를 바꿀 것인가. 이런 점이 갑자기 북한 연구자들에게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정은의 몸 상태가 북한의 권력구조 조정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9월 25일 북한은 갑자기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해 황병서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동시에 최룡해와 장정남의 국방위 및 조선인민군 직무를 박탈하고 최룡해에게는 체육 담당을 맡겼다.

올해 최룡해와 장정남이 김정은의 ‘총애를 잃었다’는 것은 이미 사실로 드러났다. 최고인민회의가 그들에게서 북한 핵심 권력의 지위를 삭탈한 것이 두 사람이 돌발적으로 사건을 일으킬 것에 대비한 예비조치로서 이뤄진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최소한 김정은 신체에 이상이 생기면서 북한 권력 중심은 김정은이 현재 가장 신뢰하는 황병서로 옮겨갔다.

2011년 12월 김정은이 김정일 사후 권력을 한 몸에 모았지만 지금까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3명의 ‘당내 2인자’를 교체했다. 북한 체제가 안정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수용 외무상은 최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연방제를 제시했다. 유일한 통일방안은 남북체제가 공존하면서 연방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방제는 1980년 김일성이 제기했지만 이 외무상이 거론한 연방제는 과거와는 의미가 다르다. 북한이 주도적으로 통일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즉 ‘현재 북한체제 유지’가 연방제 주장의 숨은 목적이다.

요즘 북한 내부 상황을 보면 평양의 정책에 약간 변화가 있는 듯하다. 김정은이 어리고 신체가 허약한데 한미동맹은 강화되고 양국이 북한에 강경한 자세를 보일 뿐만 아니라 중국마저 북한에 냉담하다. 이런 상황은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에게 미래 대처에 보다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김정은의 병이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를 바꿀지 지켜볼 일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