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7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월 말의 7조 원에서 지난달 하순 5조5000억 원으로 격감했다. 최근에는 4조 원 안팎으로까지 추락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확한 수치는 사흘 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충격적인 수준의 실적 악화는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2년 만의 최저치인 7조1900억 원이었다. 그때만 해도 회사 측은 “하반기에는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그러나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대규모 문책 인사와 구조조정설도 나돈다. 삼성의 하반기 대졸자 신규 채용이 대폭 줄어든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그룹 홍보책임자인 이준 전무가 1일 “하반기 채용 규모가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며 불끄기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삼성의 이번 위기는 5개월간 장기 투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경영 부재(不在)와 시기적으로 겹쳤다. 이 회장이 건재했더라도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국제경쟁력 약화나 중국의 정보기술(IT) 약진 같은 악재를 막을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늘 잘나가는 기업의 이미지가 강했던 삼성의 위기가 이건희 회장 ‘공백’이라는 변수와 맞물리면서 부친인 이 회장을 대신해 경영을 책임진 이재용 부회장의 고민과 부담감은 한층 클 것이다.
▷이 회장의 병세가 다소 호전되면서 삼성 측은 병원에서 자택으로 옮겨 치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퇴원하더라도 상당 기간 경영 복귀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창업만큼 힘들다는 수성(守成)과 도약을 성공시킨 그의 쾌유는 삼성가(家)뿐 아니라 먹구름에 휩싸인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조기 회복이 쉽지 않다면 삼성의 차세대 리더인 이재용 부회장이 비상한 각오로 위기 극복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한국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같은 대기업을 흔들지 못해 안달하는 세력도 없진 않지만 대기업들이 휘청거리면 가장 큰 피해는 우리 국민에게 돌아온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