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하는 얼굴은 무서운 얼굴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들은 미국을 무서워하고 국가정보원을 무서워하고 청와대를 무서워한다. 인천과 제주도를 오가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연안선 한 척을 거대한 미 항공모함이 와서 부딪쳐 침몰시켰다고 생각하고, 국정원의 선거 개입 여론을 돌리기 위해 청와대의 지시로 국정원이 각본을 짜서 배를 침몰시켰다고 생각한다. 이런 엄청난 일이 밝혀지면 미국이, 국정원이 또는 청와대가 곤란해질 것이기 때문에 사실을 은폐하려 유가족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상력이다. 그들은 마치 시커멓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악마의 그림자를 미국에, 국정원에, 청와대에 덧씌워 놓고 있다. 자기 몸보다 훨씬 큰 제 그림자에 놀라 몸을 떠는 어린아이와도 같다.
그들이 반복해 하는 말은 “도대체 우리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죽어야 했는지를 알고 싶다”라는 것이다. 그걸 모른다는 말인가? 그들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종이 신문, 라디오, TV, 1인 언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갖 매체의 쓰레기 정보에서 고급 정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다 섭렵하고 걸러내고 수긍하면서 마침내 우리는 소상하게 알게 되었다.
야당의 원내대표가 김영오라는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유민 아빠’라고 불렀을 때, 그리고 진지한 언론들, 국회의원들, 관리들을 비롯해 온 나라가 이 유아적인 호칭을 따라 했을 때 한국 사회는 유아적 단계로 한 단계 디그레이드(degrade) 되었다.
첨예한 대립으로 엄정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공적 사건을 지극히 가족적이고 유아적인 호칭과 뒤섞으면서 사태 수습은 더욱더 먼 길을 돌아가게 되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 대해 마치 집나간 자기 아내 대하듯 비속어를 사용했던 그 가장의 언행은 박영선 대표가 그에게 입혀준, 마치 집 안에서 입는 편안하고 헐렁한 옷 같은, 내밀함의 호칭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우리는 짐짓 생각해 본다. 앞으로는 유아적 옹알이의 언어를 말하는 모든 정치인을 경계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