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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용기에 자체 경호팀 대동… ‘특사 파견’ 강조

입력 | 2014-10-06 03:00:00

[12시간 北실세 3인 전격방문]北 갑작스러운 행보 왜?




“일종의 북한판 ‘충격요법’이다.”

정부 관계자는 5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의 전격적인 방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이날 한 방송에서 “현재 전개된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과거 남북관계에서는 보지 못한 파격적 행보”라고 말했다. 핵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뤄진 북한 권력 핵심 3인방의 방문에는 남북관계의 판을 주도적으로 바꾸겠다는 김정은의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들의 방문 계획을 하루 전인 3일 오전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를 위해 인천에 머물고 있던 북측 관계자를 통해 구두로 전달했다. 판문점 연락채널이나 군 통신선을 이용하지 않은 이례적인 방법을 쓴 것. 임박한 시간에 ‘거절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전달된 북측의 제안을 받은 정부는 곧바로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긴급 NSC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오후에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북한 최고위급 핵심 인사인 황병서와 최룡해 김양건 등 3명이 4일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자체 경호를 선보이며 방문한 것은 과거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이었다. 북측으로서는 사실상 ‘김정은 특사’ 성격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듯한 행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으로선 잃을 것이 없는 방문이었다”며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이들이 기립하는 모습도 남측에 우호적인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주변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그동안 미국에는 핵을 매개로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고, 한국 등 주변국에는 돈 보따리를 풀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공세를 펴고 있다고 분석해왔다. 중국 외교부가 발간하는 격월간지 ‘세계지식’은 최근 올해 들어 북한이 ‘가운데(중국)만 뺀 동서남북 전방위 외교’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쪽으로는 일본과 납치자 문제를 연결고리로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고, 서쪽으로는 유럽과 미국, 남쪽으로는 한국과 동남아, 북쪽으로는 러시아에 구애 신호를 보냈다는 것. 그러나 유엔 무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외면하자 생존 차원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돌파구를 돌리기 시작한 셈이다.

북한이 그동안 한국에 대화 재개를 타진할 때마다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했던 것도 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를 촉구함과 동시에 막혔던 돈줄을 2차 고위급 접촉으로 풀어 보려는 의도라는 것.

김정은의 신병 이상설이 확산되던 시점에 이뤄진 이번 방문은 김정은의 건재와 치적을 과시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5일 아시아경기대회 7위에 오른 북한 대표팀의 ‘성과’를 김정은의 체육중시 정책의 결실로 선전했다. 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북한의 이번 대회 성적이 “선군조선의 존엄과 국력, 필승의 기상을 온누리에 힘 있게 떨친 영웅적 장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남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는 신랄한 비방 공세를 4일에도 이어갔다. 북한이 3인방을 보내는 결정을 급하게 하느라 내부 조율을 못했을 수도 있고, 양면적인 접근을 하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이 이를 내부용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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