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北실세 3인 전격방문]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 참석차 한국에 도착한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4일 오전 북한 경호원들의 호의를 받으며 환담 장소인 인천 오크우드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 혼자만 군복 입고 활보한 황병서
황병서의 모습은 2000년 전격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차수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으로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난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사망)을 연상케 했다. 조명록은 김정일 시대 북한의 2인자였다. 이번에 황병서와 함께 한국에 온 최룡해 노동당 비서도 총정치국장 시절인 지난해 6월 방중 기간 내내 차수 계급장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는 군복을 벗고 인민복을 입었다. 당시 시 주석이 “군복을 벗어야 만나주겠다”고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황병서가 군복 차림으로 활보하게 한 것은 우리 정부의 실책”(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검은 선글라스를 쓴 경호원들이 황병서만 내내 밀착 경호할 뿐 최룡해나 김양건에게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북한 인사를 자체 경호원이 경호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소식 전문매체 뉴포커스의 장진성 대표는 “북한의 수령절대주의를 부정하는 것이거나 북한에서 수령절대주의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권력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북한에서 수령인 김정은 이외에 누구도 공개적으로 호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황병서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안전에 이상 없다는) 경호팀의 신호를 기다렸다가 내렸다”며 “황병서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항의나 시위 등을 걱정한 듯한 인상이었다”고 말했다. 황병서는 4일 오후 3시 40분경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등 한국 측 고위 당국자들과 오찬 회담을 마친 뒤 식당에서 나와 차를 타다가 모자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시민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비공개 대화에서는 좌중의 관심을 유도하며 말을 상당히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을 담당하는 최룡해는 주로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와 관련해, 대남 담당인 김양건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만 발언한 반면 황병서는 두 분야뿐 아니라 일상적인 얘기까지 하며 농담, 옛날이야기나 속담을 인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노회한 백전노장의 인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황병서는 한국 정보 당국이 장성택 처형을 주도했으며 김정은의 결정에까지 관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출신이다. 올해 초까지 북한군 담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었던 그는 3월 조직지도부 1부부장에 오른 뒤 4월 최룡해를 밀어내고 총정치국장에 올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