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 北실세 3인 전격방문]
“北 실세들 보자” 한정식집 앞 모인 시민들 4일 인천 남동구에 있는 한정식집 ‘영빈관’ 앞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북한 대표단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장사진을 쳤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인천 아시아경기 이에리사 선수촌장(새누리당 의원)은 구월아시아드선수촌을 찾은 북한 실세들의 호의적인 태도에 적잖이 놀랐다. 이 촌장은 북한 권력자들이 인천 아시아경기의 전반적인 운영 상황 등을 미리 파악하고 내려온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선수촌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아주 자세한 부분까지 물었다. 이 촌장은 “‘한국 선수들만큼 북한 선수들에게도 마음이 많이 가네요’라고 말하자 북측 인사가 ‘촌장께서 여성이고 선수 출신이라 꼼꼼하게 북측 선수들을 보살펴 줬다고 들었다’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선수촌에 이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경기 폐회식에서도 북측 최고 권력자들은 작정하고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폐회식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남북이 아시아경기 축구에서 동반 금메달을 딴 것을 두고 “이 기세로 나아가면 세계에서 아마 패권지기가 되겠다, 조선민족이 세계 패권을 위해 앞으로 쭉 나아가자”고 치켜세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우리 국회의원들이 북한 여자 축구팀을 응원했다”고 하자 황 정치국장은 “그래서 이겼다”고 밝게 화답했다.
이들은 폐막식에 앞서 남측 대표들과 1시간 반가량 오찬회동을 하는 동안 세 차례 밀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1시 50분∼3시 20분 인천시청 앞 4층짜리 한정식집인 ‘영빈관’에서의 오찬회동은 농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술을 주문하면서 “남한에선 폭탄주를 양주와 맥주를 섞어 만들었지만 요즘 양주 대신 소주를 넣기에 여성들도 많이 마신다”고 소개했다. 이에 김 통일전선부장은 “남한 소주 중 25도짜리 보해가 아직 있느냐”고 기억을 더듬었다.
남북 대표단은 식사 중간에 종업원을 물리고 3∼5분씩 세 차례에 걸쳐 담소를 나눴다.
황 정치국장은 “술을 못 마신다”며 백세주 대신 사이다를 술잔에 따라 건배를 했다. 그는 고기, 회 등 주식사 메뉴에는 거의 손대지 않은 채 마지막에 식탁에 오른 꽃게탕과 반찬을 곁들여 밥 한 그릇을 거의 다 비웠다. 그는 식사 내내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대화를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최 비서와 김 통일전선부장은 전복 대하 옥돔 등 익힌 해산물을 잘 먹으면서 분위기를 쾌활하게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최 비서는 종업원이 음식을 갖다 줄 때마다 “고맙다”며 친절히 인사말을 하는가 하면 동치미김치를 더 주문하기도 했다. 식사는 1인당 7만5000원짜리로 이 식당에서 가장 비싼 메뉴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북한 경호원 10여 명은 문 앞과 현관 등에서 거의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철통경호를 하면서도 음식은 물론이고 물조차 먹지 않았다. 영빈관 1, 3층에서는 남북 대표단, 비서진, 수행원 등 100명가량이 점심을 먹었다. 한정식집 영빈관은 북한 실세들이 다녀간 이후 검색 폭주로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다운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