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의 GPS’ 장소-격자세포 찾아내 치매 등 ‘길잃는 질환’ 연구 길 터… 부부과학자 수상 역대 4번째
노벨위원회는 “‘뇌 속 GPS’로 불리며 뇌가 장소를 인지해 다른 장소로 찾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장소세포(place cell)’를 찾아낸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미국 태생으로 미국 국적뿐 아니라 영국 시민권도 있는 오키프 교수는 1971년 뇌 속 해마에 존재하는 장소세포가 현재 위치를 기억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내 뇌 전문 분야 학술지 ‘뇌 연구(Brain Research)’에 논문을 발표했다. 장소세포는 출근길에 보이는 가로등 같은 특정 지표를 기억했다가 가로등과 마주쳤을 때 작동하는 방식으로 현재 위치를 인지할 수 있게 해준다. 오키프 교수에게 박사논문을 지도 받은 곽지현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오키프 교수의 발견으로 해마가 기억뿐 아니라 장소 정보를 처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마 전문가인 김진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장소세포는 특정 위치에 있을 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라며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장소세포와 격자세포가 오작동을 일으켜 공간지각 능력이 망가지면서 길을 잃는 만큼 관련 질환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에게는 총 800만 크로나(약 11억8000만 원)의 상금과 메달, 상장이 주어진다. 상금은 오키프 교수와 모세르 부부에게 절반씩 돌아간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물리학상(7일), 화학상(8일), 문학상(9일), 평화상(10일), 경제학상(13일) 순으로 발표된다.
한편 오키프 교수는 20, 21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제1회 기초과학연구원(IBS)-영국왕립학회 리서치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우상 idol@donga.com·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