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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 “특정인 비난 아닌 정의 찾기 노력”

입력 | 2014-10-07 03:00:00

영화 ‘제보자’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은 벌에 얼굴을 쏘여 사진 촬영이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뭐, 별 차이도 없다”며 흔쾌히 선글라스를 벗고 카메라 앞에 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 영화에서 제보자는 이장환 박사(이경영)의 비리를 폭로하는 심민호 팀장(유연석)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윤민철 PD(박해일)처럼 세상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진실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가 제보자가 아닐까.”

‘황우석 사태’를 소재로 한 ‘제보자’가 개천절 연휴인 3∼5일 56만여 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는 69만2549명. 최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만난 임순례 감독은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여서인지 “누군가를 겨냥한 비난보단 정의를 찾으려는 노력과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당시 사건이 안 떠오를 수가 없다.

“그냥 옛일을 얘기하려 했다면 다큐멘터리를 찍었겠지. 굳이 따지자면 실제가 6, 허구가 4 정도?”

―처음엔 감독 맡기를 망설였다고 들었다.

“이런 민감한 소재를 덥석 물 성격이 아니다. 하하. 어떻게 만들어도 시끄러울 텐데.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당시 사실을 밝힌 이들은 진실을 알리려 큰 희생을 치렀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영화로 인해 짊어질 짐은 그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었다. 어떤 특정 사안보다 이를 통해 함께 공감할 보편타당한 얘길 하고 싶었다.”

―이 영화가 전하려는 보편성은 무엇인가.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며 가끔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혼탁해진다. 그렇다고 거짓이 진실 위에 군림할 순 없다. 극영화가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순간도 그런 진정성이 깔려 있을 때가 아닌가. 한국사회는 참 많은 일이 벌어진다. 어쩌면 20세기 성과주의가 임계치에 다다르며 벌어지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 역시 그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 거기에 진실이 담겨 있지 않나.”

―이 박사 캐릭터는 입체적인데, 윤 PD와 심 팀장은 다소 평면적이다.

“이 박사는 악인인데, 그런 흑백의 잣대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내적 면모를 드러냄으로써 동전의 양면을 두루 보여주고 싶었다. 반면 나머지 둘은 이 영화의 주인공 아닌가. 관객 입장에선 기본적으로 ‘우리 편’이라고 믿고 가는 측면이 있다. 그 시선이 그들의 고민과 갈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봐서 다소 심플하게 표현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