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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노벨상 벌써 22명째… 과학분야 19명

입력 | 2014-10-08 03:00:00

연구개발비 年214조원… 한국의 4배




2014년 노벨 물리학상에 일본인 교수 3명이 공동 선정되자 일본 대학과 과학계의 저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이날 수상자 3명을 포함해 역대 22명(미국 국적 2명 포함)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중 문학상 2명과 평화상 1명을 제외한 19명이 이공계 수상자다. 분야별로는 물리학상이 이번 수상자를 포함해 10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2명이다. 1명(노벨 평화상·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상자를 배출한 데 그친 한국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공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일본의 대학 저변도 넓어지고 있다. 19명의 수상자가 졸업한 학부는 교토대 6명, 도쿄대 4명, 나고야대 3명 외에 도쿄공업대, 도호쿠대, 홋카이도대, 나가사키대, 고베대, 도쿠시마대 각 1명이다. 문학상과 평화상 3명은 전원 도쿄대 출신이다.

일본의 노벨상과의 인연도 오래됐다. 일본은 노벨상 시상 첫해인 1901년에 세균학자인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郞)와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를 후보로 올렸다. 이후 일본인이 처음 노벨상을 받은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뒤 얼마 되지 않은 1949년이었다.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당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원자핵 속의 새로운 입자인 ‘중간자’의 존재를 예측하는 이론을 세워 물리학상을 받았다. 당시 패전의 좌절감에 시달리던 일본 국민은 유카와 교수의 노벨상 수상에 재기의 의지를 다졌다.

자연과학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100여 년 전인 19세기 말 이미 시작됐다. 1868년 메이지(明治) 유신으로 근대화의 기초를 마련한 일본은 기초과학 거점대학으로 1877년 도쿄대를 창립했고 1917년에는 이화학(理化學)연구소를 세웠다.

2차 대전에서 패한 뒤에도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갔다. 한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일본의 총 연구개발비는 1998억 달러(약 214조 원)로 한국(492억 달러)의 4배에 이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무한정 빠져 한우물을 파는 일본인 특유의 ‘오타쿠(마니아)’ 문화와 이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도 노벨상 강국이 된 한 요인이다. 2002년 화학상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 씨는 학부 졸업 뒤 줄곧 회사원으로 일한 기술자였다.

한국이라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1년 화학상을 수상한 노요리 료지(野依良治) 교수는 2011년 한 강연에서 “2010년 미국에서 과학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일본인 235명, 중국인 4395명, 한국인 1137명이었다. 세계의 지적 네트워크 속에 일본의 고립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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