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정감사/변함없는 구태] “기억 못해요? 한글 모릅니까” 면박 “규정 있어?… 왜 마음대로 해” 반말
“5∼7월 사이 기재부(기획재정부) 관계자와 만난 적 있죠?”(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기억을 못 하겠습니다. 확인해 봐야….”(정해방 금융통화위원)
“어떻게 금통위원이 (그런 것도) 기억을 못 합니까. 전화한 적 있습니까?”(홍 의원)
“만난 적 있습니까, 없습니까? 한글 모르세요?”(홍 의원)
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시작부터 홍 의원과 정 위원 간에 설전이 오갔다. 기획예산처 차관 출신인 정 위원이 기재부 측과 사전에 기준금리를 협의해 사실상 한은의 금리 인하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게 홍 의원 질의의 요지였다.
올해 국감도 첫날부터 상임위마다 ‘호통 국감’ ‘윽박지르기 국감’이 이어졌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안전행정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정종섭 장관의 답변 자세를 놓고 종일 공방이 오갔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국감 시작 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 해산’ 발언에 대한 정중한 사과를 요청한다”며 “장외투쟁은 야당 투쟁방법의 하나다. 국무위원이 할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내각제라면 국회를 해산해야 하지만 대통령제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답변한 것이 와전됐다”고 해명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신중하지 못했다”며 잇달아 장관을 압박했다. 이후에도 설전은 계속됐다. 비영리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공익사업선정위원회 회의록과 명단을 요구하는 새정치연합 임수경 유대운 의원에 대해 정 장관이 “대외적으로 공개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은 “(국감장은) 학술토론회장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까지 “야당 의원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며 겸손한 자세로 국감에 임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무위원회의 총리비서실 국무조정실에 대한 국감에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세월호 사고 전인 3월 정부업무평가위원회가 서면회의를 통해 해양경찰청을 ‘우수기관’으로 선정한 과정에 대해 질의하며 “(담당자는) 일어나 보라. 서면회의를 어떻게 했는지 말해보라”며 담당 공무원을 세워두고 윽박질렀다.
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의 예산 담당 실무자를 앞으로 나오라고 한 뒤 “(예산이 필요하면) 소속 상임위원 다 찾아다니고 필요한 예산이라면 노력해야 되는데 하지도 않아서 직접 앞에 세웠다”고 몰아세웠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우경임 / 세종=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