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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대북조치 풀때 됐다” 여야 한목소리

입력 | 2014-10-08 03:00:00

[2014 국정감사/이슈&공방]외통委서 윤병세 외교 진땀




“답변은 이렇게” 7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관계자와 상의하면서 답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는 외교부를 상대로 한 국감임에도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북한 ‘황병서 3인방’의 깜짝 방문 이후 첫 국감인 탓이다.

하지만 날카로운 문답이 오가지는 않았다. 5·24조치 해제, 남북 정상회담 여부 등 남북 현안에 대한 질문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주무부처 장관이 아니다” “미리 말하기 적절치 않다”는 식으로 예봉을 꺾었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의견이 있기는 한 것이냐” “청와대 회의에서는 말하면서 왜 국회에는 말을 않나”라며 따졌다.

결국 윤 장관은 이날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을 위해 오후 7시부터 국감장을 떠나겠다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뻔한 대답에 불편해진 외통위원들의 심기가 반영된 것이다. 유기준 외통위원장은 당초 이를 허락했지만 오후에 결정을 바꿨다. 유 위원장은 “행사에는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윤 장관 대신 참석하면 된다”며 “피감기관들은 국감에 성실히 임하라”고 말했다.

○ 쏟아진 5·24조치 해제 질문


이날 외교부 국감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던 질문은 ‘5·24조치’를 해제할 것인지 여부였다. 황병서 등 3인방의 방문으로 남북대화 물꼬를 튼 만큼 5·24조치 해제를 적극 검토할 때가 아니냐는 취지였다. 5·24조치 해제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함께 북한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남북관계도 골든타임이 있다. 북한이 손을 내밀 때 팍팍 진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도 나서 “북한처럼 우리도 정책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5·24조치를 적극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통일부가 중심이 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오전 오후 같은 답변이 반복되자 새정치연합 김한길 의원은 “5·24조치에 대한 의견이 있기는 한 것이냐. 윤 장관도 NSC 멤버”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윤 장관은 “제 의견은 있지만 적절한 시점에 말씀드리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 여당 의원들의 안보 직격탄 눈길

이날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이 정부의 안보전략에 직격탄을 날린 점은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지금 정부에는 장밋빛 보고서만 있을 뿐,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 나갈 국가안보 전략이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미국 간담회에서 ‘중국에 경도됐다는 건 오해’라는 연설문구 논란에 대해 “대통령 간담회 자료라서 외교부는 모른다는데 이걸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아이들의 사투리·참모들을 지칭)이 합니까”라고 따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서도 “말도 안 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를 고집하지 말고 외교부가 나서서 대통령도 설득하고 중국도 설득하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태호 의원도 “(천안함 폭침에) 북한 책임을 묻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5·24조치를) 넘어서 미래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윤 장관을 압박했다. 이 밖에 원유철 의원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허구성을, 윤상현 의원은 대북 사치품 제재의 느슨함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 5·24조치 ::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난 뒤 5월 24일을 기해 취해진 대북 제재 조치. 방북과 남북교역, 대북투자 원칙적 금지가 핵심이다. 10월 말∼11월 초 2차 남북 고위급접촉이 열리면 북한은 5·24조치 해제를 우선 의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조숭호 shcho@donga.com·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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