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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세월호 선장 “침몰 당시 헛것 봤다”

입력 | 2014-10-08 03:00:00

“구조함 도착 어떻게 알았나” 묻자 “선원이 보고”답했다 번복 횡설수설




“세월호 침몰 당시 헛것을 봤다.”

7일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공판에서 이준석 선장(69)이 사고 당시 상황을 두고 횡설수설했다. 검사가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함정이 10분 뒤에 도착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이 씨는 “선원 누군가가 보고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검사가 재차 “선원 누구도 구조함정이 10분 뒤 도착한다는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하자 “허상을 본 것 같다”며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을 때 선원들은 선박무전기(VHF)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구조선박 둘라에이스호 등과 40분간 교신했다. 교신에는 ‘구조함정이 10분 뒤 도착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이 씨가 교신 내용을 모두 들었다면 배가 침몰하고 승객들이 선실에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된다. 이 때문에 이 씨는 처음에는 “교신 내용을 들은 게 아니라 보고를 받았다”고 하다가 “허상을 봤다”는 식으로 둘러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씨는 검찰에서 “구조함정이 10분 후 온다는 보고를 받고 2등 항해사 김모 씨(46)에게 퇴선 방송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3등 항해사 박모 씨(25·여)는 “이 선장이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구조함정 도착 보고가 거짓말일 경우 퇴선방송 지시도 허위라는 게 들통이 날까봐 이 씨가 엉뚱한 답변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받으면 “(세월호) 사고 충격으로 쪼그라져 있었다”거나 “(몸을) 다쳐 공황 상태여서 퇴선지휘를 할 수 없었다”고 둘러댔다. 또 “침실에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지만 게임은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변명을 계속했다.

한편 이 씨가 법정 진술을 할 때 선원 14명은 모두 고개를 숙이거나 반대편을 바라보는 등 외면했고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살인마들”이라며 울부짖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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