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아프리카에 다녀온 적이 없는 스페인 여성 간호사가 에볼라에 감염됐다고 6일 스페인 정부가 발표했다.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첫 사례가 나오자 에볼라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아나 마토 스페인 보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드리드의 열대병 치료 전문인 라파스카를로스 3세 병원에서 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하던 여성 간호사(44)가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던 미국, 유럽의 의료진이나 선교사가 에볼라에 감염된 뒤 본국에 돌아와 치료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에볼라에 감염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미국 텍사스 주에서 ‘미국 본토 첫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토머스 에릭 덩컨 씨도 라이베리아에 갔다가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귀국한 사례다. 특히 스페인 간호사는 에볼라 대응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선진국 병원에서 감염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간호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약간의 미열을 느껴 휴가를 내고 집에 머물던 중 5일 오전 고열과 구토 증상을 보여 마드리드의 알코르콘 병원 격리병동에 입원했다. 그는 두 번의 혈액 검사에서 모두 에볼라 감염 판정을 받았다. 스페인 보건부는 에볼라 확산을 막고자 가족과 병원 동료를 포함해 이 간호사와 접촉한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미국 공항의 검색 시스템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에서 에볼라 대책 비상회의를 연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는 현재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이슈”라며 다른 나라들도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미국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덜 효과적이고 느린 대응으로 이어져 결국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초부터 발생한 에볼라로 6일 현재 전체 사망자는 3400명이 넘었다. 과거 40년간 에볼라는 아프리카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했으나 사망자는 모두 1500여 명에 그친 것에 비해 엄청난 규모의 희생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