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샘물 사회부 기자
평화시장을 관리하는 ‘평화시장주식회사’는 상인들에게 공동전기료로 점포 1곳당 7월엔 9551원을, 8월엔 2만5654원을 부과했다. 한 달 만에 2.7배로 오른 고지서를 받아본 상인들은 관리비 지출명세 공개를 요구했다.
9월엔 공동전기료가 갑자기 점포당 3166원으로 줄었지만 상인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인 관리비 지출명세를 받지 못했다. 이들은 들쭉날쭉한 전기료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집회 시작 직후 박효진 상인연합회장은 “회사 측이 전기도 못 쓰게 하고 갖은 방해를 하고 있어 안타깝지만 우리는 합법적인 집회를 하고 있고, 질서 유지를 하면서 추호도 부끄러움 없는 집회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집회 장소는 비좁고 혼잡했다. 박 회장은 “난생처음 집회를 해서 실수도 있겠지만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상인들에게는 “우리는 모두 성인”이라며 “대열을 정리해 질서 있게 집회를 진행하고 단어 하나도 유의해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상인들의 주장에 대해 평화시장주식회사 관계자는 “관리비 지출명세는 주주, 이사에게는 공개하지만 개별 상인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으며 법적인 하자도 없다”며 “공동전기료도 한국전력에서 부과한 것에 준해서 정당하게 청구한 거지, 다른 목적으로 올린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상인들이 이처럼 전기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침체된 재래시장 경기와 무관하지 않다. 집회 참가자들은 “끼니로 라면과 공깃밥을 먹으며 사는 어려운 분도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거세게 분노했지만 집회 내내 준법정신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울려 퍼지는 집회 구호 사이로는 틈틈이 “폭력은 쓰면 안 된다”는 당부가 흘러나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