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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대포통장 2000회 퀵서비스… ‘배달의 가족’

입력 | 2014-10-09 03:00:00

中 보이스피싱 조직 범죄 도와… 1억 챙긴 50대 부부-처남 입건




“대포통장 퀵서비스로 배달하실래요?”

올해 초 문모 씨(57)는 부인 김모 씨(54), 처남(57)과 퀵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업에 실패해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문 씨는 이번에야말로 꼭 성공하리라 마음먹고 인터넷 카페에 퀵서비스 광고를 올려놓은 터였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일을 한다는 건 꺼림칙했지만 다른 일거리가 없었던 문 씨 가족은 대포통장(타인 명의 통장) 배달을 시작했다. 중국에 있는 우두머리가 메신저로 “내일, 경북 구미”라고 알려주고 계좌로 수수료를 넣어줬다. 문 씨 가족은 구미, 울산, 전주 등 전국 각지의 퀵서비스 회사를 수소문해 “물건을 고속버스 수화물로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서울로 올라온 대포통장과 카드를 논현역 등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넣고 보관함 비밀번호를 메신저로 알려주면 끝이었다. 이렇게 3월부터 대포통장과 카드를 배달한 게 2000여 차례. 문 씨 가족은 모두 1억800만 원을 벌어들였다.

1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대포통장 4개를 물품보관함에 집어넣던 처남은 잠복 중이던 서울 광진경찰서 형사들에게 붙잡혔다. 처남이 잡히자 문 씨와 부인도 체념하고 스스로 경찰서를 찾았다. 이들은 사기방조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