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외교자문 美 헐버트 박사에게… 9일 ‘한글교육 공로’ 금관훈장 수여
증손자 킴벌 헐버트씨 대리수상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가 미국인 킴벌 헐버트 씨(36)로부터 흘러나왔다. 그는 한글날(9일) 경축식에서 증조부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를 대신해 금관문화훈장을 받기 위해 8일 한국을 찾았다. 국내 문화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외국인이 받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미국 버몬트 주 출신인 헐버트 박사는 1886년 왕립 영어학교인 육영공원 교사로 한국 땅을 밟은 뒤 외교자문관으로 고종황제를 보좌했다. 1905년 을사늑약 후 고종의 밀서를 가지고 미국을 방문했으며 1907년에는 이준 열사 등이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1950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어릴 때 집에서 ‘사민필지’를 비롯해 증조부가 남긴 여러 기록물을 봤습니다. 아버지가 ‘아주 중요한 책’이라며 소중히 보관하셨거든요. 저는 이 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커서야 알게 됐어요. 어릴 적 많은 한국인이 뉴욕에 있는 집에 찾아와 증조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킴벌 씨는 “특히 증조부가 가족들에게 남긴 회고록을 통해 한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 회고록에는 한글이 다른 나라 글자 200개와 비교해도 가장 우수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정말 한글을 사랑하신 것 같아요. 그 근원에는 한글을 통해 한반도에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한국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헐버트 박사가 생전 가족들에게 말했던 소원은 무엇일까.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