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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화’ 구세주인가, 지배자인가

입력 | 2014-10-09 03:00:00

CGV 다양성영화관 무비꼴라쥬 개관 10년 빛과 그림자




누군가는 ‘다양성 영화’ 시장 성장의 ‘1등 공신’으로, 다른 누군가는 예술영화계의 ‘공룡’으로 부른다. 멀티플렉스 CGV의 다양성 영화 브랜드 무비꼴라쥬(무꼴)가 29일 열 돌을 맞는다.

무꼴은 규모나 성과 면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 예술영화, 독립영화, 저예산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고루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전신인 ‘인디영화관’ 운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3개 상영관에 불과했지만 현재 무꼴 전용관은 19개에 이른다. 개관 초 5만9000명 남짓했던 연간 관객도 올해는 8월 말까지 84만7000명을 넘어서 연말이면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무꼴은 다양성 영화 시장의 절대강자다. 목 좋은 멀티플렉스 한쪽에 자리 잡은 무꼴 전용관에 작은 영화가 상영되는 건 백화점 입점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한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작은 영화는 워낙 관객이 적다 보니 홍보나 마케팅에 돈을 쓰기가 어려운데 무꼴에 걸리면 영화를 멀티플렉스에 계속 노출할 수 있어 홍보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지슬’(2013년)과 ‘한공주’(2014년)의 흥행이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년) ‘그녀’(2014년) 등 국내에 불었던 이른바 ‘아트버스터’ 열풍 뒤엔 무꼴이 있었다. 1만 명만 들어도 성공이라는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 관객 10만 명을 돌파한 ‘마지막 4중주’(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 ‘인사이드 르윈’(2014년)의 경우 전국 관객의 약 50%가 무꼴 관객이었다. 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과거에는 다양성 영화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다. 무꼴이 다양성 영화 대중화에 기여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계에는 “다양성 영화조차 대기업 브랜드인 무꼴이 독점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다양성 영화 상영관 관계자는 “운영 시간이나 시설에서 단관 상영관은 멀티플렉스를 따라잡기 힘들다. 소수의 다양성 영화 팬들마저 무꼴 전용관을 찾다 보니 우리는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무꼴은 올해부터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 ‘도희야’ 등 영화 투자와 배급에도 뛰어들었다. 조성진 CGV 홍보팀장은 “좋은 다양성 영화를 발굴하고 유통해 전체 시장을 키우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 기업의 계열사가 투자 배급 상영까지 할 경우 다양성 영화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CGV는 1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일부터 브랜드 이름을 무꼴에서 ‘아트하우스’로 바꾸고 다양성 영화계의 상생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