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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노벨 물리학상 3명 낸 日과학의 힘

입력 | 2014-10-09 03:00:00


올해 노벨 물리학상이 일본인 3명에게 돌아갔다. 이 중 1명은 일본계 미국인이지만 어쨌든 일본은 이들까지 22명(미국 국적 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갖게 됐다. 올해는 에너지 효율이 좋고 환경 친화적인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명한 공로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22명 가운데 19명이 과학자다. 일본 과학의 저변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보여준다.

▷첫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1949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 컬럼비아대 교수. 하지만 노벨상이 시상되던 첫해인 1901년부터 후보로 추천되는 일본인이 적지 않았다. 메이지유신 시대부터 일본은 정치가들이 과학을 중시하며 근대 과학 문물을 빨리 받아들였다. 1876년 홋카이도대(당시 삿포로 농학교)가 개교할 때도 매사추세츠농과대학장이던 윌리엄 클라크 박사를 교장으로 모셔왔을 정도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가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은 곳도 1922년 일본행 배에서였다. 아인슈타인은 한 달 반 동안 열광적 환영을 받으며 일본 곳곳에서 강연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본의 소년들은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었다.

▷올해의 수상자로 2000년 미국 국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연구의 원동력을 ‘분노’라고 했다. 청색 LED 개발 당시 그가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니치아 화학공업이 자신의 발명특허를 독점하고, 보너스로 2만 엔(약 20만 원)밖에 안 주고 심지어 소송까지 했다는 거다. 그는 “그 분노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고 재퍼니즈 드림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곁눈질하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끝장을 보려는 일본인의 장인정신이 ‘노벨상 강국’을 만든 동력이다. 학문을 즐기는 자세, 멀리 보고 투자하는 정부의 안목이 상(賞)에 대한 집착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일본은 보여준다. 민족사관고와 포스텍은 졸업생 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면려하는 뜻에서 미리 좌대(座臺)까지 만들어놓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과학 하는 분위기일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