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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크루즈 전용부두에 입항한 로열 캐리비안 인터내셔널사의 13만8000톤 규모 크루즈선 ‘마리나 오브 시즈’. 중국 관광객이 중심이 된 크루즈 투어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지만 전용 크루즈 터미널 건설 등 관련 인프라가 열악해 개선이 시급하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터미널조차 없는 항만, 이대로는…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해마다 증가세
제주항 방문객 10년 만에 664배 껑충
접안시설만 덜렁…비 피할 곳도 없어
크루즈 관광객 맞춤 프로그램도 미흡
● 제주 크루즈, 10년 전 753명에서 50만명으로 664배 증가
한국, 중국, 일본을 바다로 연결하는 동북아 노선은 국제크루즈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코스다. 이용객이 해마다 16%씩 급성장해 이탈리의 코스타 크루즈, 미국 로열 캐리비언 인터내셔널 등 해외 크루즈선사들이 대형 선박을 경쟁적으로 취항하고 있다.
동북아 크루즈의 주요 고객은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다. 항공보다 비싸지만 안락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크루즈투어 붐이 일면서 기존 상하이 출발 중심이던 크루즈 관광이 텐진과 산둥성까지 확대됐다. 중국도 크루즈 시장의 급성장에 주목하고 올해 8월 자국 선사인 보하이사의 중화태산호를 인천항에 취항했다.
국내는 제주, 부산, 인천 등이 동북아 크루즈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지리적인 이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중일관계 악화로 일본 대신 한국을 방문하는 상품이 많아지면서 크루즈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 제주도 집계에 따르면, 1일까지 크루즈선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처음 50만명을 넘었다(50만2024명). 국제크루즈선이 제주에 처음 입항한 2004년에 753명이던 방문객이 10년 만에 664배나 늘어난 것이다. 제주 외에 부산과 인천도 방문객이 늘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말이면 크루즈 입항 횟수 455회, 크루즈 관광객은 92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표참조).
● 새로운 황금시장 위한 과감한 투자 절실
국제 크루즈선 한 척에는 한번에 많게는 4000여명의 승객이 탄다. 대형 항공기 10대가 동시에 실어 나르는 규모다. 이렇게 많은 방문객이 동시에 도착해 관광과 쇼핑에 돈을 쓰니 지역 관광업계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씀씀이도 남다르다. 업계에서는 크루즈 승객 한 명이 쓰는 금액을 일반 관광객의 두 배로 보고 있다. 이성철 롯데면세점 제주점장은 “씀씀이도 큰데다 다른 사람이 사면 나도 사는 이른바 군중심리도 강해 크루즈 관광객이 오면 매출이 불과 몇 십 분만에 껑충 뛴다”고 소개했다.
크루즈 승객들은 통상 기항지에서 짧게는 반나절, 길어야 하루 정도 머문다. 이런 특성에 맞춰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맞춤형 관광 프로그램도 미흡하다.
현재 크루즈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일본도 어색한 중일관계와는 별도로 요우커 비자 면제와 나가사키 등 주요 항만 시설 개선을 추진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시기를 놓치면 새로 커진 황금시장을 다른 나라들이 선점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과감하고 발 빠른 투자가 절실하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트위터 @kobaukid